독일 연방의회(Bundestag)는 3월 25일 ‘인간 감염병의 예방 및 퇴치를 위한 법률’((Gesetz zur Verhütung und Bekämpfung von Infektionskrankheiten beim Menschen, IfSG: Infektionsschutzgesetz),[1]을 개정하여(발효일: 3월 28일), 독일 연방정부가 국내 대유행을 선언하면 보건부 장관이 여러 예외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2].
이 개정법률은 감염병의 예방, 감염병의 발생 사실의 조기 발견 및 확산방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연방보건부 산하 연구소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obert Koch-Insitut)(이준서 외, 앞의 책, 114-115면)의 권한을 강화하고, 의약품과 의료장비의 기초적 공급을 위한 권한 강화와 의료 분야의 인력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포함한다.[3]
또한 개정법은 학교나 돌봄센터가 문을 닫아 수입이 줄어든 부모들에게 보상금을 주거나, 의료 시설을 신속하게 짓기 위한 건축법(Baugesetzbuch, BauGB)의 예외 조항을 두는 외에 의약품의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기존 법률과 규정에 대한 여러 특칙을 두었다.
의약품 공급 보장을 위한 특칙(개정법 제4조)에는 의약품법과 약사법의 규제에 대한 예외를 마련하고 보건부 장관이 특허법 제13조 제1항에 따라 특허권을 제한(정부사용을 위한 특허발명의 강제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특허법은 일반 강제실시(가령 제네릭 제약사가 정부에 허락을 신청해서 특허 제약사의 의사와 무관하게 특허기술을 사용하는 강제실시)를 위한 제24조와 정부사용을 위한 제13조를 두고 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용된 적이 거의 없는 정부사용 규정이 이번에 어떻게 활용될지 주목된다.
독일 특허법 제13조 Patentgesetz § 13 |
개정법에 따르면, 독일 연방의회(하원, Bundestag)가 공중보건 위기를 선언한 경우 보건부 장관은 마약류(통합 마약류 관리법(Betäubungsmittelgesetz; BtMG)에서 말하는 마약류), 활성 물질, 이들에 사용되는 출발 물질과 첨가제, 의료 기기, 진단 기기, 보조품, 개인 보호 장구와 소독 제품 중 어느 하나와 관련된 발명이 공공복리를 위해 또는 독일의 안보를 위해 실시되어야 한다고 명령할 수 있다(개정법 제5조 제2항 제4호 본문 및 제5호).
§ 5 Epidemic Situation of National Significance (1) The German Federal Diet may find an epidemic situation of national significance. The German Federal Diet shall repeal the finding of an epidemic situation of national significance if the conditions for its finding no longer exist. The repeal shall be published in the Federal Law Gazette. (2) The Federal Ministry of Health shall be empowered, within the framework of the epidemic situation of national significance, without prejudice to the powers of the States, […] Orders made pursuant to subsection 2 shall be deemed to be revoked upon the repeal of the finding of an epidemic situation of national significance, and otherwise upon expiry of March 31, 2021. An action for annulment of orders made pursuant to subsection 2 shall not have suspensory effect.’ |
독일 연방의회는 2020년 3월 25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독일 내 감염병 대유행이라고 선언했고, 이 선언은 개정법 발효일인 3월 28일 발효되었기 때문에, 보건부 장관은 언제든지 정부사용을 위한 강제실시를 명령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4]
독일 특허법 제13조 제1항은 연방정부가 정부사용을 명령한 경우 “특허권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특허권이 수용되지는 않고 특허권자는 특허권을 행사하여 정부사용을 금지할 수 없을 뿐이다.[5]
독일 보건부 장관이 공공복리를 이유로 명령을 내리는지, 안보를 이유로 명령을 내리는지에 따라 정부사용 절차가 달라지는데, 공공복리를 이유로 명령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자에게 미리 통지해야 하지만 독일 안보가 이유인 경우에는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개정법은 특허법 제13조 제2, 3항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특허권자는 보건부 장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경우 연방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제2항). 그리고 특허권자는 독일 정부를 상대로 일반 민사법원에 보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제3항).
연방 정부는 정부사용 규정에 따라 특허 발명을 직접 실시할 수도 있고, 제3자에게 실시권을 이전할 수도 있다(OLG Frankfurt BI. 49, 330, 331). 따라서 특허법 제13조에 따른 정부 사용은 독일 연방 정부 뿐만 아니라 정부 계약자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연방 정부의 실시권은 통상실시권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용실시권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한다.[6]
독일의 정부사용 규정의 문제점은 캐나다의 코로나19 대응 특별법과 마찬가지로 정부사용의 대상이 되는 특허를 미리 특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독일 정부가 특허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특허 발명을 실시한 경우 특허권자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금지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다시 말해, 독일 특허법 제13조는 연방 정부가 특허 발명을 실시하겠다는 명령을 한 경우만을 상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명령을 하지 않고 독일 정부가 특허발명을 실시한 경우 특허권자는 독일 정부의 실시 자체를 금지할 수 있는지, 아니면 보상금 청구권만 행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판례에 따르면, 정부에 의한 특허발명의 실시가 정부의 권한 행사에 관련된 경우에는 특허권자는 금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RGZ 77, 14, 17; RGZ 79, 427, 429; RGZ 102, 390, 391; RGZ 161, 387, 390; Bruchhausen, Das Patent 앞의 책483면; Bruchhausen, Das Patent 앞의 책, 2006년판 484면). 따라서 제13조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연방정부의 특허발명 실시 행위가 있는 경우, 특허권자는 ‘수용 절차’에 따라 독일 정부에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고, 이러한 보상금 청구권은 독일 정부가 특허권의 존재를 선의 또는 무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보상금 청구권은 정부 기관을 상대로 행사해야 하며, 개인을 상대로는 행사할 수 없다.
- 입법경과 http://dipbt.bundestag.de/extrakt/ba/WP19/2605/260577.html
- 통과된 법률(법안 개정된 형태) http://www.gesetze-im-internet.de/ifsg/index.html
- 독일 연방의회 2020년 3월 25일 코로나19 독일 내 감염병 대유행 선언 http://dipbt.bundestag.de/dip21/btp/19/19154.pdf#P.19169
- 2000년에 공포되어 2001년부터 시행된 이 법은 인간 감염병에 관한 규정을 총괄하는 법률로 주의 권한이었던 위험방지 분야를 연방정부의 권한으로 바꾸고, 위험방지를 위해 기본권도 제한할 수 있게 했다(이준서 외, 감염병 예방 및 대응체계에 관한 연구, 한국법제연구원, 2018, 106-107면).
- Adam Houldworth, The key covid-19 compulsory licensing developments so far (IAD blog 7 April 2020)
- Holger Hofmann, Bundestag adopts amendments to the German Act on the Prevention and Control of Infectious Diseases, Oppenhoff Newsletter, 25 March 2020.
- Thomas Musmann, Update on patent-related measures in Germany in view of corona pandemic, Kluwer patent blog posting (2 April 2020).
- 독일 법원은 초기에는 특허법 제13조에 따른 정부 사용을 재산권의 ‘수용’이라고 보았으나(RGZ 79, 427, 430), 나중에는 일종의 강제실시로 보았다(RGZ 102, 390, 391).
- Karl Bruchhausen, Das Patent in Beck’sche Kurzkommentare, Bd.4, Patentgesetz, Gebrauchsmustergesetz (Georg Benkard et al., 9th. edn., 1993), 48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