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국회까지 스며든 ‘특허(IP) 허브 국가론’의 허상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에서 2015년부터 매년 국가미래전략을 발표한다. 2014년 1월 ‘정문술’ 전 카이스트 이사장이 215억원의 사재를 기부한 것이 계기였다. 외부 전문가를 필진으로 구성해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이 제시하는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은 교육, 문화, 복지, 의료, 산업, 인구, 기후, 환경, 자원, 정치제도, 외교, 국방, 경제, 농업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사안을 다룬다. 이 중 행정·사법·입법부 모두에게 수용된 전략이 있다. 바로 ‘지식재산 …

의료행위와 특허

특허법은 기술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다고 모든 기술이 특허법상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허법은 제32조에 “특허받을 수 없는 발명”이란 제목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을 열거하고 있다. 제32조(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칠 우려가 있는 발명에 대해서는 제29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특허를 받을 수 없다. 이처럼 공서양속에 반하거나 …

저작권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의견: 추가보상청구권

정부가 준비 중인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 중 추가보상 청구권에 대한 의견(11월 6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토론문과 당일 토론 내용을 중심으로).   1. 총평   개정안 제45조의2는 “공정한 저작권”, “창작자와 이용자 간 권익의 균형 회복”이라는 개정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유럽의 입법례도 개정안의 취지와는 다른 조문을 참조하였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저작권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스스로 …

박원순도 몰랐고 이재명도 모르는 진보를 위한 지적재산 정책

지방자치단체는 “지식재산 기본계획”이란 걸 만들어 정책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책에 지자체의 자율성은 없다. 법이 정한 대로 따라야 한다. 지식을 사유화하고 독점하며, 심지어 공공연구 성과도 사유화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바로 ‘지식재산기본법’ 때문이다. 이런 내용의 지식재산 기본계획을 받아들고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진보라 할 수 없다. 박원순 전 시장도, 이재명 도지사도 그런 점에서는 진보의 자질이 부족하다. 부족한 …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트립스 협정의 유예 – 인도와 남아공의 제안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greement, 트립스 협정)을 관장하는 세계무역기구의 이사회가 트립스 이사회다. 올해 회의는 10월 15-16일 열리는데, 이 회의에서 트립스 협정의 일부 조항의 적용을 유예하는 결정을 내리자는 제안이 나왔다(문서명: IP/C/W/669).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결정문 초안은 코로나 19가 초래한 사회경제적 위기는 트립스 협정 유예를 정당화할 상황으로 본다. 이들이 유예를 주장하는 트립스 협정 …

공정이용 입법 경위

저작권법에 공정이용 조항이 도입된 것은 2011년이다. 외형상 한미 FTA 이행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통해 도입되었지만, 공정이용이 한미 FTA의 의무사항은 아니었다. 한미 FTA는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장려하기는 커녕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일시적 저장(temporary storage)을 포함한 복제권에 관한 한미 FTA 제18.4조 제1항의 각주 11은 복제권의 제한이나 예외를 위해 공정이용을 규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3단계 기준'(three step test)을 한계로 …

코로나19와 지식 생산 체제의 대전환: 독점에서 협력으로

이 글의 편집본은 “코로나19 “백신 민족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선”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과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시평으로 실렸습니다. 코로나19 종식은 치료제와 백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동안 제약 분야는 승자독식의 시장 방식으로 개발되었다. 경쟁에서 이긴 제약사가 ‘지적재산권’(주로 특허권)을 통해 시장을 독점하는 방식이었다. 개발된 의약품의 생산과 분배도 독점권자가 통제했다. 그래서 필요한 사람에게 지불가능한 가격으로 의약품이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이윤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

아이디어 탈취를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BBQ 써프라이드 사건)

부정경쟁방지법은 주로 표지(標識)를 모용하는 행위나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와 같은 특수한 형태의 부정경쟁을 규율하는 법률이다. 부정경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단어의 뜻 그대로 ‘부정한 경쟁’ 행위를 규율하는 법률은 매우 많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이 이 법률들을 모두 포괄하기는 어렵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한국의  부정경쟁방지법은 1986년에 제정되었는데, 근거가 된 조약인 ‘산업재산권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은 제10조의2에서 부정경쟁을 매우 넓게 정의하여 …

성명: 코로나19 범정부 지원단에서 특허청을 제외하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에서 특허청을 제외하고, 치료제·백신의 공공재를 위한 실행방안을 제시하라! 특허지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WHO 총회 발언을 뒤집는 것   정부는 4월 24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과기정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코로나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이하 ‘범정부 지원단’)을 구성했다. 범정부 지원단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및 방역물품·기기의 수급 관리를 위한 정부 지원과 산·학·연·병 및 관계 부처의 상시 협업 체계 …

ISDS 투자 분쟁: 소송이 아닌 사적분쟁해결 절차

ISDS가 소송이나 재판과 같은 공적 분쟁해결 절차가 아니라 사적분쟁 해결 절차라는 점은 여러 차례 지적하였으나(2015년 경향신문 기고 등), 여전히 소송으로 표현한 언론기사가 많다. 론스타 투자분쟁은 우리나라와 벨기에가 체결한 투자협정에 따른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론스타 이후의 분쟁도 모두 ISDS 방식이다. 그런데 언론이 이 분쟁 사건을 “소송”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심지어 론스타 중쟁절차가 시작되자 외교부는 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