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운동본부, 참여연대, 시민건강연구소, 지식연구소 공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등 시민사회, 노동단체는 2020년 4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지식의 공유와 협력을 통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세계적 움직임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하였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화상회의 형태로 열릴 예정인 제73차 세계보건총회에서 아시아 지역 대표로 기조 발언을 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시민건강연구소 등 시민사회, 노동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기조 발언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진단, 치료, 예방, 방역 등에 필요한 모든 재료, 장비, 의약품, 백신 등의 연구개발 성과를 세계보건기구의 공동 관리에 맡기겠다는 약속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의 세계적 표준을 제시한 경험을 넘어서, 과학기술 성과를 전 세계 모든 이들과 공유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모든 지식과 기술을 전 세계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풀(pool)에 한국도 참여하겠다는 선언과 더불어 이러한 제안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우리 정부에 촉구했다. 공동관리풀은 코스타리카 정부가 제안하고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수용한 것으로, 코로나19 진단, 예방, 방역과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에 관한 모든 권리를 공동 관리하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허나 자료독점권으로 기술과 지식을 독점하는 방식이 아닌, 협력을 통한 기술의 공공재 방식이 코로나19 극복에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공통된 인식에 따른 것이다.
WHO 공동관리풀은 이미 여러 나라의 지지를 받으면서 탄력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15일 유럽연합은 세계보건총회 논의를 위해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서 “국제적 협력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양질의 진단제·치료제·백신을 개발·시험·생산하고 이를 사람들이 평등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코로나19 관련 의료적 개입에 관한 모든 지적재산권을 자발적으로 공동 관리에 맡기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네덜란드 정부도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지식의 공유를 지지하였으며, 영국 의원 130명도 세계보건기구를 통한 코로나19 관련 지식의 공유를 지지할 것을 영국 정부에 촉구하였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제73차 세계보건총회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동참을 천명함과 동시에 국제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흐름에 다른 나라의 참여를 견인할 것을 주장했다. 코로나19 위기의 시대에 경쟁과 독점에 의한 방식이 아닌, 상호협력과 공유에 의한 방식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에 걸맞게 국내 제도도 바로잡아 공공 연구개발의 성과를 특허로 독점하지 말고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붙임. 지식의 공유와 협력을 통한 코로나19 극복을 촉구하는 공개서한 원문.
지식의 공유와 협력을 통한 코로나19 극복을 촉구하는 공개서한
수신: 문재인 대통령
참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발신: 아래 연명 단체 및 개인
일자: 2020년 4월 29일
제목: 지식의 공유와 협력을 통한 코로나19 극복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협력에는 전 지구적 차원의 기술과 지식의 공유가 필수적입니다. 마침 코스타리카 정부의 제안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모든 지식과 기술을 전 세계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풀(pool)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진단, 예방, 통제와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에 관한 모든 권리를 공동관리하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는 특허나 자료독점권으로 기술과 지식을 독점하는 방식이 아닌, 협력을 통한 기술의 공공재 방식이 코로나19 극복에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공통된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WHO가 추진 중인 지식 공유는 이미 여러나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4월 15일 WHO에 제출한 결의안 (제73차 세계보건총회의 코로나19 대응 결의안) 초안에서 “국제적 협력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양질의 진단제·치료제·백신을 개발·시험·생산하고 이를 사람들이 평등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코로나19 관련 의료적 개입에 관한 모든 지적재산권을 자발적으로 공동관리에 맡기는 방식”을 제안하였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도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지식의 공유를 지지하였으며, 영국 의원 130명도 WHO를 통한 코로나19 관련 지식의 공유를 지지할 것을 영국 정부에 촉구하였습니다.
제73차 세계보건총회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은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WHO를 통한 지식과 기술의 공유에 대한 지지 입장을 천명하기를 희망합니다. 지지 입장에 그치지 말고 지식과 기술의 공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지원한 코로나19의 진단과 치료, 예방을 위한 연구개발의 성과를 WHO의 공동관리에 맡기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코로나19 방역의 세계적 표준을 제시한 경험을 넘어서, 과학기술 성과를 전 세계 모든 이들과 공유하는 모범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국경을 초월한 협력과 지식의 공유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만 필요한 예외적인 조치로 축소되어서는 안됩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연구개발이 공공 자금의 지원을 받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의 세금을 통해 정부예산의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개발의 혜택을 모든 국민들과 나누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원칙에 어긋나는 법률을 기본법 형태로 두고(지식재산기본법), 공공연구개발성과의 특허 독점을 국가와 공공연구기관의 책무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2003년 일본 고이즈미 내각이 만든 지적재산기본법을 그대로 모방한 이 법률은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공공재인 지식을 특정인의 재산으로 만들어 사회 구성원 전체가 평등하게 누리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잘못된 제도를 바로 잡아 지식과 기술의 공유가 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대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편적 제도가 되도록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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