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음악 저작권 사용료율에 대한 단상

문화체육관광부가12월 1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요청한 징수규정 개정안을 요율 1.5% 요율(5년뒤 2.0%)로 수정승인했는데, 몇가지 의문이 든다.

1) 4개월의 짧은 의견 수렴 끝에 외형상 기계적 중립이란 모양새를 취했지만(2.5%와 0.625%의 중간값), 실제로는 음저협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은 결과다.

2) 음저협이 요구한 요율 2.5%는 임차인 사업이 잘되니 임대료 올리겠다는 건물주의 요구와 같다. ‘저작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생기지 않을까? 동영상 위주의 OTT 사업에 음악이 기여한 분을 따진 다음에 요율을 정해야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 가치가 높아졌다고 가치 상승에 기여하지 않은 자에게 큰 보상을 하면 그건 과잉보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OTT 산업규모가 확대되고 이용률 또한 2017년 36.1% 수준을 기록한 이후 2018년 42.7%, 2019년 52.0%로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음악 저작물이 어떤 기여를 하였는지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음악 저작물 이용료를 올리는 것은 음악저작권자에게 과잉 보상을 하는 셈이다.

3) 이용자 20여개 사로부터 의견을 들었다고 하는데, 정작 저작물 이용자 단체의 의견은 구하지도 않았다.

4) 요율을 “현실화”한다면서 아직 현실이 되지도 않은 향후 5년간의 상승분은 왜 미리 정했나? 이 말은 2021년에 적용할 1.5%가 비현실적이란 얘기다. 앞의 1)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래서 이번 요율은 음저협의 일방적 주장을 받은 것이다.

5) 문체부는 기존 국내 계약 사례와 해외 사례를 참고하였다고 한다. 해외 사례로 문체부가 제시한 건 이렇다.

* 영상물 전송서비스 해외 사례: ▲ 독일(GEMA) 3.125%, ▲ 프랑스(SACEM) 3.75%, ▲ 일본(JASRAC) 명목요율 2%(실질요율 1.5%), ▲ 캐나다(SOCAN) 1.9% 등

이건 해외 사례를 잘못 참조한 것이다.

프랑스 3.75%는 SACEM의 SVOD 기준인데, 이건 매출액 기준이 아니라 가입비(구독료) 기준이다(The author’s remuneration is equal to 3.75% of the service subscription price). 그리고 복제권과 공연권 모두 이용허락하는 조건이다(Your licence is granted for reproduction rights … and performing rights).

GEMA 3.125%는 장편 영화 기준이고 방송물은 1.33%다(단편 쇼). 교양 프로그램은 1.2%다.

일본도 명목요율이 0.8%부터 시작한다. 문체부는 2.0%만 참조했다.

문체부가 언급하지 않은 미국 ASCAP의 경우 기본 스트리밍 라이선스를 기준으로 하면 최저가 1.08%다. ASCAP은 홈페이지에 모두 26개의 음악 라이선스를 공개하였는데, OTT나 VOD를 명시한 라이선스는 없고, ‘웹 사이트 및 모바일 앱(Websites and Mobile Apps)’ 라이선스에 OTT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제공되는 기본 스트리밍 라이선스(Basic Streaming License)는 2가지 기준으로 정한다: 세션과 매출. 이에 따르면, 요율은 %가 아니라 정액이다. 이를 매출 기준으로 환산하면,

  • 매출 구간 1: 최대: 1.63%. 최저: 없음(매출을 $24,600로 했을 때 최저는 1.08%)
  • 매출 구간 2: 최대: 3.25%, 최저: 2.17%
  • 매출 구간 3: 최대: 3.04%, 최저: 1.08%

6) 서비스 유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언론에서 OTT라고 부르는 건 서비스 유형이 아니라 일종의 플랫폼을 말한다. 서비스를 기준으로 하면 OTT 플랫폼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주문형 동영상(VOD) 서비스다. VOD는 수익모델 기준으로 크게 4가지로 나뉜다. AVOD(광고기반형), SVOD(구독형), TVOD(편당결제형), 하이브리드형. 문체부 승인 요율은 이걸 구분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유형이 하이브리드형 VOD라고 하는데, 이걸 고려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유튜브와 같은 AVOD(프리미엄은 SVOD)와 왓챠, 넷플릭스와 같은 SVOD에 동일한 요율을 적용하는게 맞나?

7) 음악 저작물 사용 형태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동영상에는 음악이 사용되는 형태가 다양하다. 문체부는 이걸 고려하지 않고 뮤직 비디오, 음악 예능, 음악공연 녹화물이 아닌 건 모두 “음악저작물이 부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영상물”로 묶었다.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단순화다. 독일 GEMA의 경우 장편 영화, 단편 영화, 시리즈(장편), 시리즈(단편), 다큐, 교양 프로그램, 뉴스 등 다양한 분류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해야 문체부가 말하는 “현실화”가 가능하다.
8) 이제 넷플릭스는 음저협을 상대로 기존 2.5%를 승인 요율 1.5%로 내리자고 할 수 있다. 유튜브는 요율을 몰라서 알 수 없지만. 이런 예상은 이번에 개정된 기타사용료 때문이다. 기타사용료(제39조) ③ 협회가 제1항의 서비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으로 계약을 갱신하거나 다른 사업자에게 다시 이용허락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사용료 징수규정에 근거하여야 한다.

9) 저작권 사용료는 저작권자가 이용자와 개별 협상하여 정할 수 있다. 정부가 여기에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계약자유의 원칙, 사적자치의 원칙이 존중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이 담합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합법적인 담합이 바로 저작권집중관리단체다. 이번에 징수규정 개정안을 요청한 한국음악저작권단체는 작사자나 작곡가와 같은 음악 저작자의 권리를 신탁받아 관리하는 저작권집중관리단체다. 법적으로 담합이 허용된, 그래서 힘이 쎈 단체이기 때문에 이용자와 개별 협상해서 저작권료를 정하면 이용자에게 불리하다. 그래서 정부가 공적으로 개입하도록 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이렇게 한다. 따라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저작권 사용료율을 승인할 때 이용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이다. 이번에 이런 공적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10) 저작권 사용료는 저작권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용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사용료에 대한 신청을 저작권자만 할 수 있고, 이용자는 할 수 없나? 문체부 장관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할 방법도 없다. 행정법원에 문체부 장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만 가능한데, 행정청의 처분을 취소하려면 요건이 까다롭고, 장관의 재량권을 넓게 인정하면 거의 취소가 안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저작권 사용료에 대한 이용자의 독립된 이의신청 절차가 보장되어 있다. 우리도 이제 이런 걸 도입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