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지식 커먼즈: 캐나다의 강제실시(정부사용) 제도 개선

 

2020년 3월 캐나다 의회를 통과한 코로나19 대응 특별법(An Act respecting certain measures in response to COVID-19)은 현행 특허법의 정부사용 규정을 보강했다. 이 특별법안 재무장관이 발의해 2019년 12월 5일 의회에 제안되었고, 하원은 2020년 3월 24일 하루에 3회독까지 끝내고 법안(Bill C-13)을 통과시켰으며, 상원은 그 다음날인 3월 25일 역시 하루만에 3회독까지 마쳤고, 같은 날 국왕 재가(royal assent)를 거쳐 발효되었다(법률 2020, c. 5) 입법 경과는 https://www.parl.ca/LegisInfo/BillDetails.aspx?Language=E&billId=10710867 참조.

한편, 캐나다는 1993년 특허발명의 강제실시 규정을 없앤 것으로 이해하기도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강제실시 제도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니라 의약과 식품 관련 발명의 강제실시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삭제했을 뿐이다. 당시 캐나다 특허법은 적정한 실시료를 지급하는 경우 의약품의 국내 생산이나 수입 목적으로 강제실시를 청구하면, 특허청장은 이를 허락하지 못할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강제실시를 허락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 규정이 없어진 지금도 3가지 유형의 강제실시가 가능하다. 1) 특허권을 남용한 경우(일정한 기간동안 국내 생산을 하지 않으면 특허권의 남용으로 봄), 2) 의약품의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3) 정부사용을 위한 강제실시.

 

내용

캐나다의 코로나19 대응 특별법에 따라 개정된 특허법은 현행 제19.3조 다음에 제19.4조를 추가하여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캐나다 정부 또는 캐나다 정부가 지정한 제3자가 특허 발명을 생산, 제조, 사용,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캐나다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사용을 위해서는 특허청장의 허락이 필요한데, 코로나19 특별법은 보건부 장관의 신청을 받아 특허청장이 허락하는 방식을 취한다. 신청서에는 4가지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특허 번호와 특허권자의 이름, (2) 국가적 중대사로서 공중보건 위기가 존재한다는 ‘캐나다 공중보건청법’(Public Health Agency of Canada Act) 제6조 제1항에 따라 임명된 보건최고책임자(Chief Public Health Officer)의 확인서, (3)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설명, (4)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위해 특허발명을 생산, 제조, 사용, 판매 허락을 받을 자의 지정(필요한 경우)

특허발명의 정부사용은 이미 특허법에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추가된 조항이 기존 정부사용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면 이번 특별법에 추가된 조항의 의미가 잘 드러난다.

먼저, 특허청장의 재량을 없앴다. 기존 정부사용 규정에 따르면, 특허청장은 캐나다의 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신청이 있을 경우 특허발명의 사용을 허락할 수 있다(may authorize)고 하여(제19(1)조), 특허청장에게 재량권을 주었지만, 코로나19 특별법은 보건부 장관의 신청이 있는 경우 특허청장은 특허발명의 사용을 반드시 허락하도록(must authorize) 의무화하였다.

사용 기간과 조건에 대해서도 기존 정부사용의 경우 특허청장이 정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특별법은 사용 기간을 법정화하여 특허청장의 재량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보건부 장관이 더 이상 필요없다고 특허청장에게 통지한 날 또는 정부사용 허락 후 1년이 경과한 날 중 먼저 도래하는 날 정부사용이 종료되도록 하여 최장 1년 한시법으로 하였다. 사용 조건도 기존 정부사용의 경우에는 특허청장이 정하였으나, 코로나19 특별법은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 필요한 범위’라고 하여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는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특허발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캐나다 정부가 정부사용에 대한 허락을 받은 경우 특허권자에게 사용 사실을 알리고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특허권자에 대한 통지 절차는 기존과 동일하다. 보상금의 지급은 기존 정부사용 규정에서는 특허발명을 이용한 자가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반면(정부사용의 신청과 특허발명의 사용은 정부만 가능한 것으로 보임), 코로나19 특별법은 특허발명을 정부가 직접 사용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신청서에 명시된 제3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대신 보상금의 지급 주체는 정부로 제한했다(코로나 치료제를 예로 들면, 캐나다 국내 제약사를 제3자로 지정한 경우 특허권자는 이 제약사를 상대로는 보상금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

또한 기존 정부사용의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사전 협의가 원칙이었으나[1], 코로나19 특별법은 특허권자와 미리 협의하지 않고 정부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허권자에게 주는 보상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특허청장이 정하며, 특허권자는 목적 외 이용에 대해서는 연방법원에 금지청구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특별법에 따른 정부사용은 2020년 9월 30일까지만 특허청장의 허락이 가능하도록 했다(제19.4(9)조). 이처럼 기한을 이중으로 제한하였기 때문에 캐나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특허발명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최장 2021년 9월 30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평가

캐나다의 기존 정부사용 규정은 미국이나 다른 영연방 국가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번 코로나19 특별법으로 정부사용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보건부 장관이 정부사용의 허락을 특허청장에게 신청하도록 하고, 특허청장의 허락이 있어야 정부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비록 기존 규정과 달리 특허청장은 허락 여부에 대한 재량권이 없지만, 보건부 장관의 신청을 전제로 한 정부사용은 보건부 장관에게 특허조사를 미리 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같다. 원래 정부사용은 특허조사를 미리 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어떤 특허를 정부가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특허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나중에 특허권자가 나타나 자신의 특허기술을 사용했다고 주장할 경우 특허권자는 정부를 상태로 특허기술의 사용 중지를 요구할 수는 없고 보상금만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부족하여 캐나다 정부가 캐나다 국내 기업에게 요구해 진단키트 생산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캐나다 국내 기업이 진단키트를 만들면서 타인의 특허기술을 (알든 모르든)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특허권자는 캐나다 국내 기업이나 캐나다 정부에게 특허권을 행사하여 진단키트의 생산을 중단시킬 수 없고, 보상금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트립스 협정 제31조의 정부사용(공공의 비상업적 사용) 규정이다. 그런데 캐나다처럼 정부 부처가 정부사용의 허락을 특허청장에게 미리 받도록 해 놓으면,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부사용은 모두 특허권 침해가 되어 사용중지(특허권침해금지)의 대상이 될 수 있다.[2]

이런 점은 트립스 협정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정부사용은 트립스 협정 제31(b)조와 제44(2)조에 규정되어 있다. 

Article 31 (Other Use Without Authorization of the Right Holder) Where the law of a Member allows for other use of the subject matter of a patent without the authorization of the right holder, including use by the government or third parties authorized by the government, the following provisions shall be respected:
(b) … In the case of public non-commercial use, where the government or contractor, without making a patent search, knows or has demonstrable grounds to know that a valid patent is or will be used by or for the government, the right holder shall be informed promptly;

Article 44 (Injunctions)
1. The judicial authorities shall have the authority to order a party to desist from an infringement, inter alia to prevent the entry into the channels of commerce in their jurisdiction of imported goods that involve the infringement of an intellectual property right, immediately after customs clearance of such goods. …
2. Notwithstanding the other provisions of this Part and provided that the provisions of Part II specifically addressing use by governments, or by third parties authorized by a government, without the authorization of the right holder are complied with, Members may limit the remedies available against such use to payment of remuneration in accordance with subparagraph (h) of Article 31. …

TRIPS 협정 제31조에서 말하는 ‘public non-commercial use’는 보통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 또는 ’공적인 비영리 사용‘이라고 번역하는데, 이것은 ’정부 사용(government use)‘과 ’공익을 위한 사용(public purpose use)‘ 사이에서 타협한 결과이다. 다만, 제31조의 절차 규정을 보면, 이것은 정부 사용을 더 염두에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른 강제실시와 달리 이 규정은 (i) 정부가 타인의 특허발명을 사용할 때에는 특허조사를 미리 할 필요가 없다는 점, (ii) 어떠한 경우에 정부 사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상업적 사용이기만 하면 가능하다는 점,[3] (iii) 정부 뿐만 아니라 정부와 계약을 체결한 민간기업들도 해당된다는 점, (iv) 특허권자는 정부 또는 정부와 계약을 체결한 자(contractor)를 상대로 특허발명의 사용 금지를 구할 수는 없고, 보상금 청구권만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등의 특징이 있다.

 정부 사용에 대한 이러한 광범위한 특허 사용을 허용하게 된 이유는 TRIPS 협정 제31조의 논의 경과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TRIPS 협정 제31조의 논의과정에서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의 표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았다. 정부에 의한 사용(governmental use)으로 하자는 제안과, 단순히 공적인 목적의 사용(public purpose use)으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논의의 방향은 가급적 적용범위를 축소하자는 쪽으로 진행되어, 정부에 의한 사용 등으로 할 경우 정부가 영리적 목적으로 이 규정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그 예로는 ‘우정사업’을 든다) 이를 막기 위해 현재의 규정으로 된 것이라고 한다.[4] 

한편, TRIPS 31조 협상과정에서, 정부 사용 문제에 대해 군사기술개발, 우주 개발 등 국가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가 타인의 특허와의 저촉을 일일이 조사하지 않고 이를 사용할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도록 하려는 미국과 이것에 반대하는 일본, 유럽연합 사이의 대립이 있었다.[5] 정부의 사용에 대해 미국은 엄격한 제한을 두지 말자고 주장한 반면, 일본과 유럽연합, 스위스는 정부에 대해 포괄적인 적용 예외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하였으며, 브뤼셀 초안에는 정부 사용에 대해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삭제되었다. 이러한 논의 과정을 거쳐, 사전 협의가 면제되는 정부의 사용은 ‘공공의 비상업적인 사용’으로 국한하였다. ‘비상업적’이란 단어의 삽입에 대해 미국은 정부 사용이란 본래 비상업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였다.[6]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캐나다의 코로나19 특별법은 정부사용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는 입법조치로 보기 어렵다. 또한, 기존 규정과 마찬가지로 이번 특별법도 트립스 협정의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을 정부사용과 다르게 본 잘못이 있다. 캐나다의 기존 특허법은 반도체 기술에 대해서는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 이외에는 정부사용을 허락하지 못하도록 하는데(제19.1(4)조), 트립스 협정의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은 정부 사용을 말하기 때문이다.

  1. 기존 정부사용 규정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가 특허권자에게 합리적 대가와 조건으로 특허발명을 이용할 권한을 얻기 위한 노력을 했으나 합리적인 기간 내에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않으면 특허청장은 정부사용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제19.1(1)조). 다만 국가비상 사태나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을 위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제19.1(2)조). 그리고 트립스 협정 제31조를 이상하게 반영하여 반도체 기술에 대해서는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 이외에는 정부사용을 허락하지 못한다(제19.1(4)조)(왜 이상한지는 위 ‘평가’ 참조)
  2.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특허권의 수용ㆍ실시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조 제1항에서 주무부 장관이 특허청장에게 정부사용에 관한 처분을 받도록 한 것은 문제이다. 이 대통령령은 내용도 문제지만 상위법에는 있지도 않은 처분 권한을 특허청장에게 부여하였기 때문에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위헌 문제도 있다.
  3. 이를 달리 말하면, 정부 사용과 달리 일반 강제실시는 영리 목적의 사용에도 적용될 수 있다. 어떤 경우가 비상업적 목적 또는 비영리 목적의 사용인지는 TRIPS 협정에 규정이 없어서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항리트로바이러스 약품을 상업적 이익을 취하지 않고 공공 병원을 통해 공급하기 위하여 해당 특허 발명을 이용하는 것은 정부 사용에 해당하는 점에 별 이견이 없다(Commission on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nnovation and Public Health (CIPIH), The Use of Flexibilities in TRIPS by Developing Countries: Can They Perform Access to Medicine?, August 2005, 20면 참조).
  4. 특허청 ‘TRIPs 규정 해설자료’ 132면, 최경수, ‘국제지적재산권법‘, 한울아카데미, 2001, 269면.
  5. 尾島 明, ‘逐條解說 TRIPS 協定‘, 1999년, 일본기계수출조합, 147-148면.
  6. 尾島 明, ‘逐條解說 TRIPS 協定‘, 1999년, 일본기계수출조합, 14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