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의견: 추가보상청구권

정부가 준비 중인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 중 추가보상 청구권에 대한 의견(11월 6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토론문과 당일 토론 내용을 중심으로).

 

1. 총평

 

개정안 제45조의2는 “공정한 저작권”, “창작자와 이용자 간 권익의 균형 회복”이라는 개정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유럽의 입법례도 개정안의 취지와는 다른 조문을 참조하였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저작권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스스로 좁혀 창작자가 착취 당하는 현실을 바로 잡을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결국 개정안의 추가보상청구권은 개인 창작자보다는 저작권 산업계의 이해를 편향적으로 반영하였고, 계약 자유의 원칙의 폐해를 시정하지 못하였다. 계약 자유의 원칙은 계약 내용을 결정할 자유, 계약 상대방을 정할 자유,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자유를 말하는데, 한국 사회의 개인 창작자 대부분은 이런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자유라는 이름에 감옥에 창작자를 가두고, 자유라는 이름의 몽둥이로 창작자를 구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작권 계약에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아니라 계약 공정의 원칙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2. 양도와 이용허락

 

개정안 신구대조표의 비고에는 “단, 저작권 ”양도“의 경우에만 적용하고, ‘이용허락’ 또는 ‘배타적 발행권’을 설정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음”이라고만 하고, 설명자료에도 이 이상의 설명이 없어 취지를 알기 어렵지만, 개정안은 소위 ‘매절계약’으로 인한 문제에만 천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작자와 이용자 간 권익의 균형 회복”이 저작권 양도 계약에 대해서만 필요하다고 하기 어렵다. 더구나, 개정안은 준물권적 권리인 배타적 발행권에 대해서도 추가보상 청구권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였다. 배타적 발행권은 저작물을 발행하거나 복제·전송할 권리에 대해 설정된 배타적 권리인데 저작물 이용 환경에 따라서는 배타적 발행권의 설정은 저작재산권 양도와 다르지 않을 수 있다(가령 웹툰 분야).

또한 개정안은 출판권도 제외하고 있다. 개정안을 따를 경우, 출판권을 설정한 작가는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도 출판사에 추가보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데, 정부가 이런 결과를 의도하였는지 의심스럽다.

우리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할 때 프랑스와 달리 기간이나 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이용허락이 가능하고, 독점적 이용허락도 할 수 있다. 개정안처럼 양도에 대해서만 추가보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 저작물 매개자나 중개자들은 창작자들의 추가보상 청구를 회피하기 위해 독점적 이용허락 계약과 배타적 발행권 계약 방식을 선택할 것이다. 개정안이 왜 이런 우회 통로를 만들어 주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유럽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저작권 양도에 대해서만 추가보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지 않는다. 가령, 유럽연합의 디지털단일시장(DSM) 저작권지침은 공정보상과 추가보상이 양도와 이용허락 모두에 적용되도록 한다.

 

3. 대가와 수익 간의 현저한 불균형

 

3-1. 왜 불균형이 현저해야 하는가?

 

개정안 제46조의2는 양도 대가와 저작물의 이용 수익 간의 불균형이 현저한 경우에만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하였다. 개정(안)의 비고나 설명자료에는 이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취지를 알기 어렵지만, 우리 민법상 사정변경의 원칙이나 민법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 또는 유럽 일부 국가의 입법례를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민법 제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하여, 개정(안)의 추가보상 조항과는 관련이 없다. 민법 제104조를 저작권법에 반영할 요량이었다면, 개정안은 저작자가 양도 대가를 받은 보상과 양수인이 저작물을 이용하여 취득한 수익 간에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 양도 계약 자체를 무효라고 규정하는 것이 맞다(그런 점에서 아무런 대가의 지급이 없는 저작권 양도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노웅래 의원안이 타당하다. 또한, 아직 창작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해 포괄적인 저작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민법 제104조에서 말하는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이므로 저작권법에 이를 무효로 한다는 확인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사정변경의 원칙 역시 개정안이 의도하는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을 사후에 교정하는 법리로는 적절하지 않다. 사정변경이란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된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따라서 사정변경 원칙을 저작권 계약에 적용하려면, 계약 체결 당시 저작권 계약이 공정했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송사들이 독립제작사를 상대로 저작권을 전부 양도 받으면서 제작비만 지급하는 계약이 공정했다고 전제해야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개인 창작자와 독립 제작사가 당사자인 대부분의 저작권 계약은 처음부터 (매우) 불공정한 계약이다. 따라서 저작권법이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에 사후(ex post) 개입하여 계약 당시부터 존재했던 불공정을 치유하려는 취지였다면, 사정변경의 원칙이 아닌 다른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바로 ‘계약 공정의 원칙’ 또는 ‘공정 보상의 원칙’이다.

이처럼 개정안이 스스로 내세운 취지와는 다른 민법의 원칙을 들고나온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럽의 입법례 특히, 독일 저작권법 규정을 잘못 차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독일 저작권법은 정당 보상에 관한 제32조와 추가 보상에 관한 제32a조가 있는데, 제32조는 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계약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조항인 반면, 제32a조는 계약 체결 이후 사정변경으로 인해 사후적으로 발생한 불공정을 해소하려는 조항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독일 저작권법의 제32조는 무시하고 제32a조만 차용하였다. 따라서 저작권 계약 체결 당시에 존재하는 불공정으로 파생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은 개정안이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독일 저작권법의 추가보상 청구권이 의미가 있으려면 공정보상 청구권이 존재해야만 한다. 유럽연합의 DSM 저작권 지침도 제3장 제18조에 공정보상에 관한 조항을 둔 다음, 제20조에 추가보상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다.

개정안과 달리 노웅래 의원안은 제46조의3에서 추가보상 청구권이 아니라 정당보상 청구권을 신설하였는데, 개정안의 취지대로 “계약지위의 불공정성 등을 이유로”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는 문제점 즉, 계약 체결 당시부터 존재했던 불공정성의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정당보상 청구권을 신설해야 한다. 따라서 “현저한 불균형”을 기초로 설계된 개정안 제46조의2는 전면 재시공을 해야 한다.

 

3-2. 피청구인을 양수인으로 제한하고, 수익을 양수인과 재양수인의 수익으로 하면 충분한가?

 

개정안은 추가보상 청구를 양수인(재양수인 포함)을 상대로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수익을 양수인(재양수인 포함)이 취득한 수익으로 제한하였다. 양수인이 저작물을 직접 이용하지 않고 제3자에게 이용허락하거나 배타적 발행권 또는 출판권을 설정한 경우 이 제3자에게 발생한 수익은 제외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가령 무상으로 이용허락하여 양수인에게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문제는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를 상대로 창작자가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인데,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4. 정률 보상의 경우

 

개정안은 정률보상의 경우 원칙적으로 제외하면서 그 비율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는 다시 적용대상으로 하였다(“그 비율이 현저히 부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의 반대해석). 그렇다면 이런 단서를 둘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단서가 없는 경우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양도 계약이 아닌 정률보상(비례보상)의 이용허락 계약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는 저작권 계약을 비례보상의 이용허락 계약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창작자에게 정기적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 체결 후 저작물의 가치가 드러나는 시점이 되면 창작자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따라서 가치에 비례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런 전제는 한국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토론장에 나온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는 <구름빵> 수익에 대해 가짜뉴스라는 얘기를 하고,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이란 점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구름빵>의 경우에도 저작권 반환 협상에서 창작자의 협상력은 높아지지 않았다.

 

5. 소멸시효

 

개정안은 추가보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계약체결일로부터 10년으로 정했다. 소멸시효 기산점을 계약 체결일로 정한 취지는 객관적 기준 즉, 권리자의 주관적 인식과는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기산점으로 삼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추가보상 청구권을 계약 체결한 당일부터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는 상식에 반한다. 개정안은 추가보상 청구권이 대가와 수익간의 현저한 불균형이 생긴 경우에 발생한다고 규정해 놓고, 청구권이 발생하지도 않는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되도록 한 셈이어서 불합리하다.

 

따라서 창작자가 불균형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즉, ‘실제 인식(actual knowledge)’과 ‘추정 인식(constructive knowledge)’을 기산점을 삼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불균형 발생 시점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인데, 개정안은 제46조의3(정보 제공 의무)에서 ‘이익’에 관한 자료를 창작자가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에, 현행 저작권 계약 관행 보다는 불균형 발생 시점을 객관적으로 정하기 쉬울 것이므로 실제 인식과 추정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소멸시효 10년은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보면 지나치게 짧을 수 있으므로 20년이나 더 장기로 할 필요가 있다. 가령, <구름빵>의 경우, 계약체결일은 2003년 9월 8일이었고, 단행본 출판은 2004년 9월, KBS에서 <구름빵>을 원작으로 하는 79부작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것이 2010년이었고, 출판 분야의 대표적인 불공정 계약 사례로 <구름빵>이 지목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공정위원회가 출판계 불공정약관 시정조치를 하는 등 “현저한 불균형”이 분명해진 때가 2014년이다. 출판사와 작가가 저작권 반환 협상을 시작한 것도 계약 체결일로부터 11년이 지난 2014년 10월부터다.

 

가왕 ‘조용필’ 사례를 보더라도,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촛불>, <고추잠자리>, <여행을 떠나요> 등 31곡에 대해 조용필이 지구레코드사의 임재우 사장에게 복제권‧배포권을 양도한 때가 1986년 12월 31일이었고, 음저협이 조용필에게 저작권 이용료를 분배하자 임 사장이 저작권 양도 확인 소송을 내고 이에 대해 조용필 측이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근거로 양도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때가 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1997년 1월 20일이다. 그 후 조용필의 ‘빼앗긴 31곡’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서명운동 끝에 저작권이 반환되는 데에만 27년이 걸렸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의 경우에도 제자리를 찾는 데에 수십년이 걸리는데, 무명의 개인 창작자들은 상당기간 불리한 지위에 처해 있고, 현실적으로 공정보상 또는 추가보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데, 이러한 사정을 무시한 채 10년으로 소멸시한을 정하면, 개정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6. 적용 제외

 

개정안 제46조의4(적용제외)는 업무상 저작물(안 제45조의2)과 영상저작물의 특례(현행 제100조 제1항과 제3항)는 제외하였는데, 업무상 저작물을 제외한 취지와 개정안의 내용은 이해가 가지만(제외하는 데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님), 영상저작물의 특례에 대해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납득하기 어렵다. ‘설명자료’와 ‘비고’에는 “추정에 불과하여 반증을 들어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추정 규정에 따라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이 양도된 경우 그 영상저작물에 대해서는 배우나 시나리오 작가가 추가보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과연 이러한 결과가 개정안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추정이든 아니든 양도되었으면 추가보상 청구 조항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와 맞다고 생각한다.

한편 공청회 자리에서 발제자는 영상저작물의 특례를 제외한 이유가 영상저작물은 관련된 창작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제외 이유로 납득하기 어렵다. 입법례를 보더라도 영상저작물을 제외하는 경우는 없다. 창작자가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여 입는 문제를 해소할 요량이라면 불리한 입장의 창작자가 많은 분야일수록 더 두텁게 포괄하는 것이 타당하다.

 

7. 양수인이 정보제공 요청을 따르지 않는 경우

 

개정안 제46조의3은 정보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양수인 등이 정당한 사유없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DSM 저작권지침 논의 과정에서 정보제공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제공이 지속될 경우 창작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가 이를 삭제했는데, 우리 현실에서 계약 해지권이 적절한 해법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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