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법은 주로 표지(標識)를 모용하는 행위나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와 같은 특수한 형태의 부정경쟁을 규율하는 법률이다. 부정경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단어의 뜻 그대로 ‘부정한 경쟁’ 행위를 규율하는 법률은 매우 많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이 이 법률들을 모두 포괄하기는 어렵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한국의 부정경쟁방지법은 1986년에 제정되었는데, 근거가 된 조약인 ‘산업재산권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1]은 제10조의2에서 부정경쟁을 매우 넓게 정의하여 “산업상 또는 상업상 공정한 관습에 반하는 모든 경쟁행위(any act of competition contrary to honest practice in industrial or commercial matters)”를 부정경쟁 행위로 본다. 하지만 체약국에게 이행의무를 부과하는 행위로 3가지만 열거한다. (1) 경쟁자의 산업상 또는 상업상 활동과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 경쟁자의 상품 또는 경쟁자의 영업소(establishment)와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 (2) 거래 과정에서 경쟁자의 산업상 또는 상업상 행위, 경쟁자의 상품 또는 경쟁자의 영업소에 관하여 신용을 해하게 할 허위의 주장, (3) 거래 과정에서 상품의 성질, 제조방법, 특징, 용도 또는 수량에 대하여 공중을 오인하게 할 표시(indication) 또는 주장(allegation).
금지행위를 이렇게 줄여 놓고 보면 부정경쟁방지법이 왜 산업재산권법 또는 지적재산권법으로 분류되는지 알 수 있다. 제정 당시와 달리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제1조에서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ㆍ상호(商號)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여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 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2] 그런데 부정경쟁방지법이 수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제1조의 취지를 넘어서는 내용이 포함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산업재산권이나 지적재산권법의 하나로 분류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부정경쟁방지법의 소관부처를 특허청으로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원래 부정경쟁행위는 법 제2조 제1호에 열거되어 있었는데, 열거된 개별 행위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새롭고 다양한 부정경쟁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소위 ‘보충적 일반 조항’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의 카목(당시에는 차목)이 2013년 개정법(2014년 시행법)에 신설되었다.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그런데 2018년 개정법은 위 (카)목으로 포섭할 수 있는 행위인 소위 ‘아이디어 탈취’ 행위를 (차)목으로 신설하였다
“차.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 다만,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을 당시 이미 그 아이디어를 알고 있었거나 그 아이디어가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차)목은 의미와 적용범위를 한정하기 어려운 “아이디어”,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란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은데, 대법원은 BBQ 써프라이드 광고 사건에서 (차)목의 해석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 이 사건은 BBQ가 애초에 계약했던 광고대행사의 써프라이드 광고 콘티를 다른 광고대행사를 통해 완성한 후 광고를 내 보내면서 불거졌다.
먼저, (차)목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대법원은 “아이디어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인지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차)목의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제공받은 아이디어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아이디어 정보의 제공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아이디어 정보의 제공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아이디어 정보 제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지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아이디어 정보 사용 등의 행위가 아이디어 정보 제공자와의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신뢰관계 등을 위반한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그리고 “아이디어 정보 제공이 위 (차)목의 시행일 전에 이루어졌어도 위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가 그 시행일 이후에 계속되고 있다면 위 (차)목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BBQ의 광고 콘티 무단사용 행위가 (차)목 뿐만 아니라 ‘보충적 일반 규정’인 (카)목에도 해당한다고 한다는 원심 판결을 지지하였다는 점에서 (차)목을 신설한 입법조치에 의문이 든다.
지적재산권법은 추상적인 수준의 아이디어는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적 결단을 전제로 하는데, 부정경쟁방지법에서 타인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시작하면 지재권의 확장이 지재권의 외연을 흐리게 되고 지재권 제도의 존재를 위협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차)목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판단할 때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구체화되었는지는 따지지 않고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지 여부만 판단 요소로 제시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이 지재권 제도가 쌓아놓은 제방을 허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잘못이 있다.
골프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골프 코스에 대해 저작권을 갖지 않는 골프장 운영자(이들이 골프 코스 설계도에 따라 골프코스를 골프장 부지에 조성하였다)에게 부정경쟁방지법의 (카)목에 따른 보호를 받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16다276467). 골프코스의 조성은 골프장 운영자의 창작적 노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그래서 창작을 보호하려는 지재권법의 대상이 아니라) 골프 코스 설계도를 그대로 재현한 것에 불과하므로 지재권 제도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행 법률이 부정경쟁이란 포괄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적용 대상을 계속 넓히면서 지재권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더 생기지 않도록 하는 입법 조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