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노동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

창작자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법률이 저작권법이다. 만약 저작권법이 창작자를 보호하지 않고, 창작 노동을 착취하는 수단이라면? 저작권 제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전도 현상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의 여러 창작 영역에서 나타난다. 오래 되기도 했고, 저작권 제도가 태동한 서유럽과 북미에 비해 훨씬 심하다.

몇 가지 예를 보자. 방송 분야의 독립제작물은 대부분 방송사가 저작권을 갖는다. 심지어 독립제작사가 만든 방송물을 납품만 받은 방송사가 저작물을 등록할 때에는 방송사 자기들이 창작한 것으로 허위 등록하는 예도 있다. 신인 작가들이 출판사들과 이른바 매절계약을 맺어 저작권을 통째로 넘기는 사례는 낯설지 않다. 웹툰 작가, 일러스터, 디자이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창작 노동을 착취하는 데에 저작권이 활용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 바로 저작권법이 창작자를 보호하는 방식 때문이다. 저작권법이 창작자를 보호하는 방식은 창작자에게 배타적 성격의 권리를 창작자에게 부여하고, 이 권리를 통해 경제적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배타적 성격의 권리란 다른 사람이 창작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리를 말한다. 저작권법에 나열된 권리로는 복제권, 배포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이 있는데, 이 권리들을 묶어서 저작권(더 정확하게는 저작재산권)이라고 부른다. 창작물이 공개되면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상태(경제학 용어로 공공재)가 된다. 공공재인 창작물은 소비의 경합성도 없고 희소성도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어 창작자는 경제적 보상은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해 소비의 경합성과 희소성을 만들어 낸다. 즉, 저작권은 인위적으로 희소성을 만들어 창작물이 시장에서 상품처럼 거래되도록 한다(특허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창작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창작물을 직접 시장에 유통하지 못하고 매개자를 필요로 한다. 창작자들은 방송사, 출판사, 플랫폼 사업자와 같은 매개자들과 저작권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창작자들은 불리한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불리한 내용이 아니라 창작 결과물에 관한 권리를 매개자들에게 빼앗기는 정도다. 만약, 저작권법이 저작물의 이용 유형에 따른 개별 권리들을 항목별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저작권법에서 창작자는 자신의 저작권을 양도할 수 있고, 저작물의 이용을 다른 사람에게 허락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면, 이렇게 완벽한 수탈이 가능했을까?

이런 문제를 바로 잡으려면, 저작권 계약에서 사적자치의 원칙, 계약자유의 원칙보다는 계약공정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저작권 계약의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2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일정한 형식의 계약만 인정하는 것이다. 가령 서면으로만 저작권 양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양도되는 권리를 유형별로 특정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도  양도되는 권리를 특정하도록 하는데, 이렇게 하면 창작자의 협상력이 높아진다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기대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둘째, 사후적으로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가령, 저작권이 양도되거나 이용허락된 후에 발생한 수익에 대해 창작자가 공정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런 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창작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 부여 방식의 보호가 아니라 착취로부터 보호

이처럼 계약의 자유보다는 계약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저작권법 개정안(노웅래 의원대표발의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창작자들은 당연히 이 법안을 지지하지만, 한 가지 짚고 갈 것이 있다. 저작권 제도가 창작자를 보호하는 방식은 파괴적이다. 다른 창작자와 협동하거나 공유하고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적대시하고 배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작물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창작자와 모방자라는 이분법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저작권법 개정안이 이런 파괴적 방식을 강화하는 데에 기여해서는 안된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창작 노동을 착취하는 저작권법의 역기능을 해소하는 기능에 그쳐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예술인과 창작자가 배타적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서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창작자들이 서로 배려하고 협동하는 체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분리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관련 정보와 자료들

노웅래 의원안을 지지하는 창작자/예술인의 지지 연명을 받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