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과정의 문제점-위원회 대안

국회 입법 절차에서 깜깜이로 진행되는 것이 위원장 대안이다. 20대 국회에서 위원장 대안으로 통과된 법률안이 899건이니 상당히 많은 법안이 이렇게 처리된다(2019년 2월 기준). 그런데 위원장 대안은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오지 않는다. 내용이 뭔지,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는 커녕 내부자가 아니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없다. 당연히 입법예고 절차는 적용되지 않는다.

위원장 대안은 보통 여러 건의 법률안을 병합 처리하면서 만든다. 김용균 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무려 27개의 법률안을 합친 것이다. 일부 웹툰 작가들이 밀고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최근 방통위의 https 차단으로 시끄러운 그 권한을 한국저작권보호원이 갖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도 4개 법안을 합친 것이다. 지난주(11월 27일) 법사위를 통과한 이 저작권법 개정안은 법사위 전문위원이 수정안까지 냈다. 근데 수정안이 들어 있는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를 국회 의안과에 물어보니 위원장 대안은 정식 의안이 아니라서 의안번호가 없고 본 회의에 상정될 때 의안번호가 나온다고 한다. 아니 정식 의안도 아니라면서 정식 의안과 동일한 방식과 절차로 처리하고 있는 건 또 뭔가? 근거 규정이 뭔지 국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국회법 51조1항과 86조1항을 제시한다. 이건 위원회가 의안을 제출할 수 있고,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를 한다는 규정이다. 말하자면 위원장 대안도 정식 의안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공개해 달라고 했더니 엉뚱한 걸 공개했다. 이미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것이었다. 의안번호가 없으니 법안을 특정할 수가 없고 그래서 뭘 공개해야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이의신청도 안된다. 왜냐하면 전부 공개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의안과에 전화를 해서 잘못 공개했다고 제대로 된 검토보고서를 달라고 했으나 답을 주지 않는다.

국회의 입법권은 국민이 위임한 가장 중요한 권한인데 국회가 입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지는 오래되었다. 위원회별로 있는 전문위원도 기대와 달리 전문성이 떨어져 여러 법안을 합쳐서 대안을 만들 때 잘못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절차의 투명성이라도 보장되어야 이런 흠결을 바로 잡을텐데 이런 기회조차 막아 놓은 국회가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