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란자핀 특허 분쟁 – 제네릭 의약품 시장출시 시점의 분수령이 될 사건

작년 2월 특허법원 판결 하나가 향후 제네릭 의약품의 출시 시점을 결정할 핵심 분수령으로 떠 올랐다. 정신분열증 치료제로 알려진 ‘올란자핀’ 특허(KR 100195566 B1)에 대한 침해 소송에서 특허법원은 제네릭 제약사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네릭 출시로 보험 약가가 인하되어 발생한 손해로 넓혔기 때문이다. 의약품 특허 침해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이렇게 확대한 것은 처음이다.

올란자핀은 일라이 릴리가 ‘자이프렉사’란 상품명으로 1998년부터 국내에 수입 판매해 오고 있는데, 릴리의 올란자핀 특허를 둘러싸고 전 세계에서 분쟁이 일어났다. 올란자핀은 이미 알려진 성분에서 선택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분쟁의 주된 근거였다(이른바 선택발명(selection invention)의 특허성 문제). 미국, 영국에서는 1심부터 일라이 릴리가 이겨 특허권을 인정받았지만, 독일에서는 1심 법원에서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다른 사유로 대법원에서 최종 무효 판결이 났다. 이 때문에 일라이 릴리는 캐나다를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투자보호 조항을 위반했다며 국제중재(ISDS)를 제기했다. 이 중재사건에서 캐나다는 졌고, 특허권을 행사하여 제네릭의 시장 출시를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분쟁 양상이 비슷하다. 2심인 특허법원에서 올란자핀 특허는 진보성이 없다고 보고 특허등록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이 각각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했다(한미약품의 ‘올란자정’, 명인제약의 ‘뉴로자핀’). 문제는 무효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어지면서 터졌다. 특허가 없어질줄 알고 제품을 내 놓았다가 갑자기 특허침해자가 된 것이다. 특허권자인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 영국 회사)와 한국릴리가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릴리는 하나의 소송이 아니라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을 상대로 2건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두 사건 모두 특허권 침해로 인해 특허권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당사자 누구도 여기에는 불복하지 않아서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런데, 특허권자가 아닌 한국릴리가 이른바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의 지위를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의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면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자이프렉사의 급여 상한금액을 2011년초부터 기존 상한금액의 80%로 인하했기 때문에 한국릴리의 자이프렉사 매출액이 감소했는데, 이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의 이익을 해치는 제네릭 제약사의 불법행위 때문에 생긴 일이므로 매출액 감소분을 제네릭 제약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한미약품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한국릴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한국릴리를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로 볼 수도 없고, 약가 인하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처분이므로 한미약품이 ‘뉴로자핀’을 출시한 행위가 한국릴리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를 위반하거나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여 행정청을 기망하는 등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한미약품이 ‘뉴로자핀’ 출시와 한국릴리의 “손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2016. 10. 6 선고 2015나2040348 판결)

그러나 명인제약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특허법원(고등법원급)은 다르게 판단했다(2018. 2. 8. 선고 2017나2332 판결). 먼저, 특허법원은 한국릴리가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라고 인정한 다음(이걸 인정해야 특허권자와 별개로 한국릴리가 명인제약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주장할 수 있다), 명인제약이 뉴로자핀을 요양급여 대상 약제로 등재신청한 후 판매예정시기를 “특허만료일(2011. 4. 24.) 이후”에서 “등재 후 즉시”로 변경하고 그 직후인 2011년 1월부터 판매한 것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다고 보았다.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어 원고가 손해를 입으리라는 사정을 잘 알면서, 먼저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 진입하여 이를 선점하는 이익을 얻기 위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존속기간 만료 전에 약가등재 절차를 거쳐 피고 제품을 판매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어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에 기해 원고가 가지는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 침해되었는바, 이는 거래의 공정성과 건전성을 해하며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특허권과 공익의 비교형량에 대해서도 이렇게 보았다.

특허권이 소송 등을 통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는 권리이기는 하나, 발명의 보호를 통해 기술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특허제도의 목적에 비추어볼 때, 특허권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조성된 특허권자 또는 독점적 실시권자의 이익을 권리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행동한 자의 이익에 비해 더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 비록 제네릭 의약품이 시장에 조기 진입함으로써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재정 건정성 등에 기여하는 바가 있더라도 이러한 공익이 앞서 본 특허권의 보호를 통해 달성되는 공익을 능가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근거로 특허법원은 명인제약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는데, 다만 약가인하로 인한 한국릴리의 매출액 감소분 100%를 책임지라고는 하지 않고, 70%로 배상책임을 제한했다.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특허법원 판결은 모두 대법원에 가 있는데(사건번호: 2016다260707, 2018다221676), 만약 특허법원 판결이 인용되면 앞으로 제네릭 제약사는 특허분쟁이 최종심에서 완전히 결판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장에 들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약가 인하로 인한 손해까지 떠 안는다는 말은 제네릭 제약사가 시장에 들어가 얻은 이익보다 훨씬 더 큰 배상을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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