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전부개정안(도종환 의원안)에 대한 의견: 조정우선주의와 경미한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 제외

법무법인 솔론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창작자 연대’라는 이름으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의 조정우선주의와 경미한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 제외안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고 터무니없는 논리비약으로 웹툰 작가들을 비롯한 일부 창작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출판계와 저작권 산업계도 사실을 호도하며 개정안을 공격하고 있다. 최근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저작권 제도가 합의금 갈취 수단으로 악용된지 20년이 넘었다. 전 세계에서 유사한 예를 찾기 어려운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은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 개정안의 조정우선주의와 경미한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 제외는 이를 위한 출발점이다(출발점이라고 한 이유는 저작권 합의금 장사를 바로잡기 위해 개정안이 제시하고 있는 수단이 미흡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의견서에서 설명한다). 법무법인 솔론은 2007년부터 이른바 ‘저작권 합의금 장사’로 악명이 높았던 법무법인 솔로몬의 후신으로(법무법인 솔로몬은 2009년경 법인 명칭을 솔론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금 장사를 계속하기 위해 개정안에 대해 악의적 비난을 퍼붓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1. 사실 왜곡과 논리 비약

1-1. 고소를 해도 가해자가 조정신청을 하면 무조건 고소가 취하된다

아니다.

개정안 제209조 제2항은 조정이 신청되어 다음 각호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에만 고소가 취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1. 위원회가 제171조 제2항에 따른 직권조정결정을 하였으나 그 결정에 고소인만 이의신청을 하여 결정의 효력이 상실된 경우
  2. 제171조 제5항에 따른 효력이 발생한 경우

이 조문만 봐도 알 수 있다. 가해자(저작권 침해자)가 조정신청을 하면 무조건 고소가 취하된다는 주장은 거짓 주장이다.

먼저, 제209조 제2항 제1호의 경우 즉, 제171조 제2항에 따른 직권조정결정을 한 경우를 보자. 직권조정은 조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당사자들의 이익이나 그 밖의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신청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내릴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직권결정은 아래 3가지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해야 내릴 수 있다. ① 조정부가 제시한 조정안을 어느 한쪽 당사자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거부한 경우, ② 분쟁조정 신청금액이 1천만원 미만인 경우, ③ 피신청인이 불출석한 경우. 만약 이런 경우에도 고소 절차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면, 조정우선주의는 실현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저작권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조정결정은 언제든지 거부하고 형사절차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침해자도 조정절차에 참여할 실익이 사라진다. 한편, 조정신청이 있어도 조정안에 대해 저작권자가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거부하면 조정부는 직권조정 결정을 할 수 없고, 따라서 고소 취소가 간주되지 않는다.

둘째, 제209조 제2항 제2호의 경우 즉, 제171조 제5항에 따른 효력이 발생한 경우를 보자. 이 경우는 조정 결과에 당사자 간에 합의가 성립한 경우(제171조 제5항 제1호)와 직권조정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제171조 제5항 제2호)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조정 결과에 대해 저작권자와 가해자 모두가 받아들였기 때문에, 고소 취소를 간주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이런 점을 모두 무시하고 개정법에 따라 조정이 신청되면 고소가 모두 취소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퍼트리는 행위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저작권 합의금 장사를 계속하겠다는 의도다.

 

1-2. 저작권자가 피해액이 100만원 이상임을 증명해야만 하는 항목(100만원 이하의 피해는 문제 제기 자체가 무효함)

 

아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래 5가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저작권 침해죄로 고소할 수 있다.

 

  1. 영리를 목적으로 침해한 경우
  2. 상습적으로 침해한 경우
  3. 침해행위에 의하여 권리자가 받은 손해액 또는 침해자가 받은 이익액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
  4. 상업적인 목적으로 배포 또는 공중송신될 예정이나 아직 배포 또는 공중송신되지 아니한 저작물등(공개상영 중인 상태에서 아직 일반 공중을 위한 복제물의 배포나 공중송신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영상저작물을 포함한다)을 그 사실을 알면서 복제ㆍ배포하거나 공중송신한 경우
  5. 전송의 방법으로 침해한 경우로서 피해자로부터 침해사실을 특정한 중단요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즉시 그 침해행위를 중단하지 아니하고 계속한 경우

 

청와대 청원에서 주장하는 스캔본이나 텍본은 대부분 상습 침해에 해당한다(반복해서 침해하면 상습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간접적인 이익도 영리에 해당한다고 보면, 텍본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는 영리 목적의 침해로 볼 수 있다(2007년 저작권법 개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영리란 직접적인 이익을 얻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 이익 등을 제공받는 경우도 포함”한다는 입장이었다). 영리 또는 상습을 따지지 않더라도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침해는 “전송의 방법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침해의 중단을 요구한 다음부터는 고소가 가능하다.

피해액 100만원은 위 5가지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해액 100만원 이상을 입증하지 못하면 형사절차를 아예 밟을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법무법인 솔론 역시 이런 주장을 펼치는데, 법률가의 주장이라고는 믿기 힘든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2. 개정안의 100만원 요건은 미국에도 있고 우리 국회는 형사처벌 범위 축소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개정안의 피해액 100만원 요건이 탁상공론의 결과라는 등의 비난은 미국의 입법례와 그동안 우리 국회에서의 논의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2-1. 미국

미국 저작권법은 형사절차가 적용되는 대상으로, ‘상업적 이익이나 사적인 재정적 이득을 목적으로 고의적인 저작권 침해를 한 경우(제506조(a)(1)(A)), 또는 ‘전자적 수단에 의한 것을 포함하여, 특정한 180일의 기간 내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보호되는 저작물의 1,000 달러 이상의 총 소매 가치를 가지는 복제물 또는 음반의 복제와 배포에 의한 경우(제506조(a)(1)(B))’ 등을 규정하고 있다.

2-2. 대한민국 국회에서의 논의

(1) 천영세 의원 대표발의안 (2005. 12. 6. 발의)

개정내용: 저작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를 업으로 한 자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함(안 제97조의5 및 제98조제4호).

(2) 최문순 의원 대표발의안 (2009. 4. 2. 발의)

제136조 개정: 저작재산권 침해죄,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 침해죄, 침해간주 행위 모두 “영리 목적의 업으로” 한 경우만 적용되도록 개정

(3) 변제일 의원 대표발의안 (2008 12. 5. 발의)

제안취지 및 내용: 무지로 인한 청소년의 음악파일 복사 등과 같은 저작재산권의 침해에 대하여 현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그 처벌이 과도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차별성이 결여되어 있다 할 것이므로 처벌규정이 재산권인 점을 고려하여 침해금액을 기준삼아 침해한 권리의 총 소매가격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하도록 함(안 제136조제1항 단서 신설).

(4) 박혜자 의원대표발의(2013. 12. 19. 발의)

180일의 기간 동안 침해되는 저작물의 총 소매가격이 5백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함.

(5) 김태년 의원 대표발의안(2014. 3. 20. 발의)

현행 저작권법은 과도한 형벌조항으로 인하여, 경미한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고소고발이 남용되어 과도한 합의금 요구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음. 최근 수년간 형사 고소고발이 급증하였으나,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실정임. 이에 형사처벌 요건을 강화하고, 비친고죄 적용범위를 축소하고자 함.

영리를 위하여 상습적으로 저작재산권 침해를 한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고(제136조 제1항 제1호 개정), 이로 인해 대규모의 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친고죄를 적용(제140조 제1호 개정).

(6) 문광위 위원장 대안(2014. 4. 24. 발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또는 저작물등의 복제물의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6개월 동안 100만원 이상의 피해금액이 발생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죄 적용

 

3. 합의금 갈취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달라질 것이 없다.

 

만약 지금까지 잘 해결되었던 문제가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해결이 어렵게 된다면 법무법인 솔론과 출판계의 주장을 수긍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영리나 상습을 근거로 고소할 수 있고, 침해중단 요구를 무시한 침해자를 상대로는 피해액에 상관없이 고소가 가능하다. 또한, 침해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거나 침해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는 저작권 침해 사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이버 범죄 일반의 문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개정안으로 인해 더 악화되지도 않는다.

다른 사이버 범죄에 비해 저작권 침해의 경우 공공기관을 통한 증거 자료 수집이 가능하고, 저작권 경찰을 만들어 전문성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국저작권보호원이란 공공기관을 두고 있다. 저작권 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을 만들고 막대한 세금을 쓰고 있다. 이 기관의 주요사업 첫 번째가 ‘온라인 모니터링’이다.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의 내용이 스크린 캡처 이미지 등을 통해 증거 자료로 확보하여 사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저작권 침해 대응 종합상황실까지 운영하고 있다. 다른 권리의 피해자와 달리 저작권자의 피해를 이렇게 공적 지원이 가능하다. 문화부의 저작권 경찰 역시 일반 경찰의 전문성을 보강하고, 저작권자들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나른 나라에 비해 매우 유리한 제도적 혜택을 받는 저작권자들이 저작권 제도를 악용해 부당한 합의금을 요구할 요량이 아니라면, 저작권 침해죄의 요건을 강화하려는 개정안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경미한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절차가 아닌 조정 절차나 민사 절차를 통해 문제를 푸는 쪽으로 방향전화을 해야 한다. 영리 목적의 침해도 아니고 저작자에게 피해가 가는 줄 알면서 상습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한 경우가 아니어도 저작권 침해죄가 적용되도록 한 현행법의 폐해는 너무나도 많이 알려져 있다. 가령, 비영리단체 홈페이지에 사용된 사진 한 장에 대해 저작권자가 합의금 100만원 요구(정품 가격의 1,480배)한 사례, 비영리여성단체가 블로그에 사용한 사진 한 장을 이유로 합의금 120만원 요구하다 거부되자 형사고소한 사례(이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 비영리 평화단체의 행사 홍보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해 저작권자가 정품 가격의 4배인 250만원을 합의금으로 요구한 사례. 2019년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5년간 교육현장에서 겪은 폰트 저작권 분쟁이 모두 756건이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자신들의 형사 구제를 실질적으로 제약하지도 않는데, 무턱대고 비난하는 출판계와 일부 창작자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대검찰청은 2018년부터 저작권 침해 고소사건 각하 제도를 확대하여 합의금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고소 사건은 공익적 관점에서 침해자가 청소년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각하하기로 하였지만, 이와 병행하여 입법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다. 대검찰청의 지침(인터넷 저작권 침해 사범 남고소에 따른 처리 지침)도 고소인이 입은 피해액과 비교하여 수사기관의 수사력 투입이 과다하게 요구되는지를 판단 기준의 하나로 들고 있는데,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기보다는 수치로 특정된 기준이 더 바람직하다. 또한, 합의금 장사는 고소를 하기 전 경고장 단계에서도 이루어지는데, 피해액에 대한 추상적 기준보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고소 전 합의금 장사를 막을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