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와 특허

특허법은 기술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다고 모든 기술이 특허법상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허법은 제32조에 “특허받을 수 없는 발명”이란 제목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을 열거하고 있다.

제32조(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칠 우려가 있는 발명에 대해서는 제29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특허를 받을 수 없다.

이처럼 공서양속에 반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칠 우려가 있는 발명만 제외하는 태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좁다고 할 수 있고, 1974년 특허법과 비교해도 특허 대상을 계속 확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1974년 특허법
제4조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발명에 대하여는 제6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특허를 받을 수 없다.
1. 음식물 또는 기호물의 발명
2. 의약 또는 2이상의 의약을 혼합하여 1의 의약을 제조하는 방법의 발명
3. 화학방법에 의하여 제조될 수 있는 물질의 발명
4. 원자핵 변환방법에 의하여 제조될 수 있는 물질의 발명
5. 물질 자체가 지니는 성질에 따르는 용도의 발명
6.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할 염려가 있는 발명

이런 입법태도의 문제 중 하나가 의료 행위 또는 의료 기술을 어떻게 취급하느냐다. 대부분의 나라는 의료 행위가 특허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률이 아니라 특허청의 예규인 특허심사기준에서 의료 기술의 특허 여부를 정하고 있다. 특허심사기준에 따르면, “인간을 수술하거나 치료하거나 또는 진단하는 방법의 발명 즉,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허를 주지않는다.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산업상 이용가능성’이다(특허법 제29조 제1항). 그런데 의료 행위는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으므로 특허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 특허청 심사기준의 태도고, 법원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런 실무를 갖게된 이유는 일본의 실무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한국의 특허 실무 대부분이 이렇다).

하지만 의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진단방법이나 치료방법이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다는 논리는 그 근거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특히, 유전자 치료의 경우가 그렇다. 따라서 특허청의 예규로 의료 행위를 특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실무는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같은 주장으로는 설민수, ‘의료행위의 특허대상성: 산업상 이용가능성의 한계를 넘어, 인권과정의 2012년 5월호, 65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료행위를 특허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특히, 어떤 기술을 특허 대상으로 할지 여부는 입법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인 특허청이 임의로 실무를 변경하여 실질적으로 입법부의 역할을 하는 월권은 막아야 한다. 예를 들어, 특허청은 2019년 특허심사기준을 변경하여 빅 데이터를 이용한 질병의 진단 방법은 의료 관련 발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관련 발명을 분류하여 특허를 주기로 하였고, 특허청 산하 기관으로 특허청이 원하는 내용의 연구결과만 내놓는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진단 기술은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인정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내 놓기도 했다.

 

판결례

대법원과 특허법원의 판결 취지를 살펴보면 의료 행위를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근거로 제시한 “인간의 존엄, 건강의 유지, 생존” 등을 보면, 산업상 이용가능성 여부에 갇힐 이유가 없다.

    • 대법원 1991. 3. 12. 선고 90후250 판결: 사람의 질병을 진단, 치료, 경감하고 예방하거나 건강을 증진시키는 의약이나 의약의 조제방법 및 의약을 사용한 의료행위에 관한 발명은 산업에 이용할 수 있는 발명이라 할 수 없으므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이나, 다만 동물용 의약이나 치료방법 등의 발명은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으로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는바, 출원발명이 동물의 질병만이 아니라 사람의 질병에도 사용할 수 있는 의약이나 의료행위에 관한 발명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그 특허청구범위의 기재에서 동물에만 한정하여 특허청구함을 명시하고 있다면 이는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으로서 특허의 대상이 된다.
    •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5후1936 판결: 명칭을 “B”으로 하는 이 사건 출원발명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거나 적어도 치료를 위한 예비적 처치방법 또는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처치방법에 해당하여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어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음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없다. 
    • 특허법원 2004.7.15.선고 2003허6104 판결: 인체를 필수 구성요건으로 하는 발명이 인체에 행하여지는 수술 또는 치료방법 등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산업상 특허로서 보호받을 수 있으며, 인체를 필수 구성요건으로 하는 ‘모발의 웨이브 방법’에 관한 출원발명은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에 해당되어 특허대상이 된다. 
    • 특허법원 2005. 6. 23. 선 고 2004허7142 판결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어 특허를 받을 수 없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인간의 수술, 치료, 진단 방법 등의 의료행위에 대하여 특허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주된 이유가, 인간의 생명이나 건강을 유지, 회복하기 위한 방법에 관하여 배타적, 독점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질병의 치료, 진단, 예방행위를 자유로이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 건강의 유지 또는 생존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특허제도의 목적에 우선하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점
    • 특허법원 2018.12. 14. 선고 2018허3062 판결: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어 특허를 받을 수 없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인간의 수술, 치료, 진단 방법 등의 의료행위에 대하여 특허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주된 이유가, 인간의 생명이나 건강을 유지, 회복하기 위한 방법에 관하여 배타적, 독점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질병의 치료, 진단, 예방행위를 자유로이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 건강의 유지 또는 생존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특허제도의 목적에 우선하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점(특허법원 2005. 6. 23. 선고 2004허7142 판결 참조) 등을 고려하여 특허법의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특허권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인간을 수술하거나, 치료하거나 진단하는 방법’이 반드시 의료법상 의료인에 의하여 수행되는 것으로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은 조성물을 사용하는 방법의 주체를 한정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출원발명의 명세서 중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도 의료법상 의료인의 개입을 배제하는 기재가 없는 이상, 의사가 비듬, 피지 분비에 따른 여드름, 지루성 피부염 등을 가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이 사건 출원발명의 조성물을 환부에 도포하는 것도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도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은 인간을 치료하는 방법을 포함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입법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치료방법을 특허대상에서 제외한 입법례는 70개국으로 1987년 조사에 비해 더 많았다(WIPO Standing Committee on the Law of Patents, Exclusions from Patentability and Exceptions and Limitations to Patentees’ Rights, SCP/15/3 Annex I). 의료행위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Annex IV에 나와 있다.

치료방법(Methods of Treatment)을 특허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법률 규정을 둔 입법례
1987년 WIPO 조사 44개국
2010년 WIPO 조사 79개국

이들 79국은 아래와 같다(위 보고서 80면).[1]

Albania, Algeria, Andorra, Argentina, Austria, Bahrain, Barbados, Belgium, Belize, Bolivia, Bosnia & Herzegovina, Brazil, Canada (Methods of medical treatment), Chile, China (Methods for diagnosis and treatment of diseases), Colombia, Costa Rica, Croatia, Dominica, Ecuador, Egypt, El Salvador, Estonia (Methods for treatment of the human or animal body and diagnostic methods practiced on the human
or animal body), Ethiopia, Finland, France, Georgia, Germany, Ghana, Greece, Guatemala, Hungary, Iceland, India (Any processes for medicinal, surgical, curative, prophylactic, diagnostic, therapeutic or other
treatments of humans or any process for a similar treatment of animals or plants to render them free of
disease or increase economic value), Indonesia (Methods of examination, treatment, medication, and/or surgery applied to humans and animals), Ireland, Israel (Therapeutic treatment on the human body), Italy, Japan (Methods for the treatment of humans), Jordan, Kenya, Latvia (Therapeutic and surgical methods for treatment of humans or animal), Lebanon, Liechtenstein (In accordance with the agreements with Switzerland and the EEA), Lithuania (Methods of treatment of people and animals, diagnostics and prevention of diseases), Luxembourg, Malaysia, Malta, Mauritius, Mexico, Mongolia (Methods of treatment, diagnosis and prophylaxis of human and animal diseases), Morocco, Mozambique, Netherlands, Nicaragua, Norway, Pakistan, Panama, Papua New Guinea, Peru, Philippines, Poland, Portugal (This provision shall not prevent the grant of patents for products, including substances and compounds, for use in any of such methods), Qatar, Romania, Santa Lucia, Saudi Arabia, Serbia, Singapore, Slovak Republic (Methods for prevention, diagnosis and treatment of human and animal disease), Slovenia, South Africa, Spain, Sri Lanka, Sweden, Switzerland, Tanzania, Thailand (Methods of diagnosis, treatment or cure of human and animal diseases), 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 Trinidad & Tobago, Tunisia, Turkey, Uganda, United Kingdom, Uruguay.

조약 및 지역 협정

트립스 협정

Article 27 Patentable Subject Matter
…  3. Members may also exclude from patentability:
(a) diagnostic, therapeutic and surgical methods for the treatment of humans or animals;

특허협력조약(PCT) 규칙 67.1(iv)

특허협력조약(Patent Cooperation Treaty)이란 보통 국제특허라고 불리는 절차에 관한 국제조약이다. 이 조약은 특허대상이 무엇인지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국제예비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발명을 열거하고 있다. 아래 번역문은 특허청 자료 참조)

규칙 제67조 (조약 제34조제4항(a)(ⅰ)의 국제출원의 대상)
67.1 정 의
국제출원의 대상의 전부 또는 일부가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국제예비심사기관은 그 국제출원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는 국제예비심사를 행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
(ⅰ) 과학 및 수학의 이론
(ⅱ) 식물, 동물의 변종 또는 식물 및 동물의 생산을 위한 방법으로서 본질적으로 생물학적인 방법. 다만, 미생물학적인 방법 및 미생물학적인 방법에 의한 생산물은 제외한다.
(ⅲ) 계획, 사업규칙 또는 방법, 순수한 정신적 작용의 수행 또는 게임
(ⅳ) 수술 또는 치료에 의한 인체 또는 동물의 치료 및 진단방법
(ⅴ) 정보의 단순한 제시
(ⅵ) 국제예비심사기관이 국제예비심사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

Rule 67 (Subject Matter under Article 34(4)(a)(i))
67.1 Definition
No International Preliminary Examining Authority shall be required to carry out an international preliminary examination on an international application if, and to the extent to which, its subject matter is any of the following:
(i) scientific and mathematical theories,
(ii) plant or animal varieties or essentially biological processes for the production of plants and animals, other than microbiological processes and the products of such processes,
(iii) schemes, rules or methods of doing business, performing purely mental acts or playing games,
(iv) methods for treatment of the human or animal body by surgery or therapy, as well as diagnostic methods,
(v) mere presentations of information,
(vi) computer programs to the extent that the International Preliminary Examining Authority is not equipped to carry out an international preliminary examination concerning such programs.

유럽특허조약(European Patent Convention – 16th edition, June 2016)

Article 53 Exceptions to patentability

European patents shall not be granted in respect of

…  (c) methods for treatment of the human or animal body by surgery or therapy and diagnostic methods practised on the human or animal body; this provision shall not apply to products, in particular substances or compositions, for use in any of these methods.

  1. 이 조사에서 일본은 포함된 반면 한국은 제외된 이유는 일본 특허청과 한국 특허청이 그렇게 답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 특허청의 답변은 Annex IV의 37면, 일본 특허청의 답변은 Annex IV의 31면 참조) 조사가 각국 특허청의 답변에 기초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