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조치와 투자분쟁(ISDS): 출구 전략을 위한 제언

난 금요일 1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코로나19와 ISDS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유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제도와 같은 국제투자분쟁 때문에 거액의 배상 책임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가재난에 준하는 위기상황이라도 ISDS 투자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2001년~2003년 아르헨티나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인해 수 많은 ISDS 분쟁에 걸려 막대한 배상 책임을 졌다는 사실로부터 쉽게 알 수 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코로나19 대응 조치도 ISDS 투자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우리나라는 도시 봉쇄나 민간 의료시설의 징발과 같은 조치는 없었지만,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부의 조치가 ISDS 투자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0대 국회 막바지인 2020년 3월 4일에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은 제43조의3을 신설하여 코로나19 예방이나 방역,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의 수출이나 국외반출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1] 이러한 수출 금지 조치가 ISDS 대상이 된다며 이미 해외 여러 로펌들이 투자자들에게 자문을 해 주었다. 인도 정부의 원료 의약품 수출 금지가 ISDS 대상이라는 의견은 이미 로펌들이 내 놓았다.[2] 페루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고속도로 요금소를 폐쇄했다가 ISDS 위협을 실제로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 조치가 ISDS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매우 높다. 많은 사업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제3자 자금지원(third party funding)” 사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3] “제3자 자금지원”이란 국가를 상대로 ISDS 분쟁을 제기할 수 있는 투자자 뒤에 해지펀드나 대형 로펌과 같은 제3의 투자자가 또 있고, 이들이 ISDS 분쟁에서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나눠 먹는 방식의 사업을 말한다.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된 ISDS 분쟁 사건에 제3자 자금지원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 정부가 유엔 국제상거래위원회 (UNCITRAL)에 의견서[4]를 제출할 당시 인정하기도 했다.

 

전 세계 약 700개 시민사회 단체가 제안하는 ISDS 출구 전략 6가지

 

코로나19 대응조치가 ISDS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 세계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가 제시하는 조치는 모두 6가지다. 

 

  1. 코로나19와 관련된 국가의 조치에 대해서는 ISDS 적용을 영구적으로 제한한다.
  2. 코로나19 위기 대응 동안에는 모든 ISDS 사건의 진행을 중단한다.
  3. 코로나19 위기 동안에는 ISDS 배상을 위해 세금이 지출되지 않도록 한다.
  4. ISDS가 포함된 새로운 협정이나 조약의 협상, 서명, 비준을 중단한다.
  5. ISDS가 포함된 기존 조약들을 폐기하고, 생존조항(survival clause)의 적용도 금지한다.
  6. ISDS가 포함된 현행 조약들을 전면 재검토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조치를 어떻게 이행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부속문서(Annex)로 제시하였다. 이처럼 이행방안까지 제시하였지만, 그 동안 한국 정부가 취한 태도에 비추어보면 코로나19 대응 조치는 ISDS 대상이 아니라거나 분쟁이 생겨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 당시 정부는 우리나라가 ISDS에 걸릴 가능성은 0%라고 장담했던 사실만 봐도 이러한 핑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2년 론스타의 ISDS를 시작으로 ISDS 분쟁에서 청구된 배상액이 117억 달러에 달한다. 불과 7년만에 약 14조원의 분쟁에 휘말린,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폭발적인 증가세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조치마저 ISDS 분쟁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조치에 대해서는 당장 ISDS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ISDS가 포함된 조약이나 협정의 폐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해외 사례만 보더라도, 미국과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하면서 ISDS를 완전히 없애 버렸고,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이미 역내 투자협정에서 ISDS가 포함된 협정은 폐기하기로 조약까지 맺었다.[5]

 

공공정책 예외로는 역부족

 

코로나19 대응 조치는 ISDS 대상이 아니라고 넘어가서도 안된다. 코로나19 대응 조치에 대해 ISDS를 제기해 배상을 받자는 로펌들의 자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항이 바로 ‘최소기준대우’와 ‘수용 보상’ 조항인데, 이 조항들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된 ISDS 분쟁에서 투자자가 빠짐없이 주장한 것들이다. 또한, 이 조항들은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정책 예외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분쟁을 제기하면 일단 ISDS 분쟁 절차에 끌려가야 한다. 분쟁 절차가 시작되면 우리 헌법이나 문화를 알지 못하는 외국 민간인인 중재인의 판단에 공공정책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조치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분쟁 절차의 개시를 막을 수 없다. 모든 판단은 중재인들이 내리게 되어 있고, 판단 근거는 감염병예방법의 취지나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건강권 따위가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투자협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미국과의 한미 FTA 재협상에서 “ISDS 개선”을 우리측 주요 성과로 포장하면서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을 보호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정책권한 보호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ISDS 분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어떠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의 합의에 대해 정부는 내국민대우/최혜국대우와 관련하여 ‘동종상황’ 판단 기준의 하나로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에 의해 정당화되는지 여부,[6]  당사국의 행위가 투자자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투자에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최소기준 대우 위반이 아님을 명확히 하였다고 홍보하였다.[7] 하지만 이런 내용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ISDS와 관련하여 우리의 정책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내용을 관철시킨 것이 아니다. 동종상황에 대한 내용은 그 동안 ISDS 투자 분쟁사건에서 중재판정부가 해 오던 해석론을 각주에 병기한 수준이고 공공정책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그 동안의 결정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한 것도 아니며, 이미 CPTPP의 해석노트에 있던 것을 일부만 포함시키는 데에 그쳤다. 최소기준대우의 적용 제한 역시 CPTPP에 있던 것이고 그나마 내용도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들어가 정당한 정책권한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ISDS 굴레에서 벗어날 실질적인 출구 조치

 

이제 정부는 특히 미국과는 투자챕터 추가 개정 근거를 마련하였다고 했으므로[8] 이번 기회에 미국과 다시 협상을 벌여 NAFTA 2.0에서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는 ISDS를 폐지한 것처럼 우리도 미국과의 사이에서는 ISDS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이를 다른 나라와의 조약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비롯한 사회보장과 환경, 노동을 위한 여러 공공정책들은 ISDS 절차가 적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이 포함된 조약은 이미 여럿 있다. CPTPP 제29.5조는 담배 규제에 대해서는 ISDS를 아예 제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며,[9] 호주-싱가포르 FTA 제8.22조도 같다[10]. 이처럼 공공정책에 대해서는 투자분쟁 자체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해야 정책권한이 확보될 수 있으며, 한국 정부가 강변하는 것처럼 아무리 유보 조항을 만들어도 중재 절차의 진행을 차단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는 유보 조항을 만들지 않은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호주-싱가포르 FTA 개정협정의 제8장(투자)의 각주 18은 호주의 보건정책과 약가 정책에 대해서는 ISDS 분쟁 청구를 아예 허용하지 않고,[11] 중국-호주 FTA는 비차별적이며 적법한 공공복지(public welfare) 목적의 공중보건, 안전, 환경, 공공질서, 공서양속에 관한 조치에는 분쟁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12]

 

따라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조치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현행 투자협정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하고, ISDS가 공공정책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회도 코로나19 특별법을 만들 때 ISDS 투자분쟁에 대한 위 6가지 조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입법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FTA나 투자 협정 논의에서 ISDS가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협상을 하고 있는 말레시아 FTA, 필리핀 FTA, 한중일 FTA 등에 ISDS가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서명을 마친 우즈베키스탄과의 투자협정(BIT)에도 ISDS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삭제하는 재협상을 한 다음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해야 한다.

 

  1. 제43조의3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급감염병의 유행으로 그 예방ㆍ방역 및 치료에 필요한 의약외품, 의약품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물품(이하 “의약외품등”이라 한다)의 급격한 가격상승 또는 공급부족으로 국민건강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그 의약외품등의 수출이나 국외 반출을 금지할 수 있다.
  2. Ropes & Gray LLP, COVID-19 Measures: Leveraging Investment Agreements to Protect Foreign Investments 참조.
  3. Law360 2020년 4월 8일 분석기사(Third-Party Funders’ Business is Booming During Pandemic)
  4. https://uncitral.un.org/sites/uncitral.un.org/files/wp179_new.pdf A/CN.9/WG.III/WP.179 – Submission from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5. EU Member States sign an agreement for the termination of intra-EU bilateral investment treaties, 5 May 2020, https://ec.europa.eu/info/publication/200505-bilateral-investment-treaties-agreement_en
  6. in Article 11.3, by inserting the following footnote after “National Treatment” in the title of the article: “For greater certainty, whether treatment is accorded in “like circumstances” under Article 11.3 or Article 11.4 depends on the totality of the circumstances, including whether the relevant treatment distinguishes between investors or investments on the basis of legitimate public welfare objectives.”

  7. ‘한미 FTA 개정 의정서’에서 협정 제11장 제5조 제4항을 개정하여 “투자자의 기대와 불일치한다는 단순한 사실은 그 결과로 적용대상 투자에 손실 또는 손해가 있더라고 최소기준대우 위반이 아니다”는 문구 추가(“4. For greater certainty, the mere fact that a Party takes or fails to take an action that may be inconsistent with an investor’s expectations does not constitute a breach of this Article, even if there is loss or damage to the covered investment as a result.”).
  8. 한미 FTA 개정 의정서’에서 부속서 11-아(투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의미있는 절차와 사소한 청구를 근절하고 사소한 청구의 제기를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메커니즘의 제공을 포함하는 모든 잠재적인 개선을 고려한다) 추가.
  9. TPP Article 29.5: Tobacco Control Measures. “A Party may elect to deny the benefits of Section B of Chapter 9 (Investment) with respect to claims challenging a tobacco control measure of the Party. Such a claim shall not be submitted to arbitration under Section B of Chapter 9 (Investment) if a Party has made such an election. …”
  10. 호주-싱가포르 FTA 제8.22조 Tobacco Control Measures “No claim may be brought under this Section in respect of a tobacco control measure of a Party.”

  11. “No claim may be brought under this Section in respect of the following measures of Australia: measures comprising or related to the 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 Medicare Benefits Scheme, 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 and Office of the Gene Technology Regulator. A reference to a body or program in this footnote includes any successor of that body or program.”
  12. 제9.11조 제4항 “4. Measures of a Party that are non-discriminatory and for the legitimate public welfare objectives of public health, safety, the environment, public morals or public order shall not be the subject of a claim under thi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