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이의신청 제도와 한미 FTA

특허 이의신청 제도의 의미와 변천 과정

특허권은 행정청(특허청)의 행정행위(특허결정과 특허등록)에 의해 창설되는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 창설 행위는 누군가 기술을 독점하기 위해 특허를 신청한 기술이 특허법에서 정하고 있는 특허요건을 충족하는지 심사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1] 이 심사는 특허청 심사관들이 하는데, 매우 특이한 방식을 취한다. 특허 출원인이 특허요건을 충족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허청 심사관이 특허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찾아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특허권을 줘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특허법 제66조: 심사관은 특허출원에 대하여 거절이유를 발견할 수 없으면 특허결정을 하여야 한다).

그래서 특허청의 심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특허청이 해야 하는 핵심 기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허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심사를 특허청 공무원에게 맡긴다. 한 건당 심사하는 데에 드는 시간도 가장 짧다. 그만큼 부실심사가 생기기 쉽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특허 이의신청이다. 심사관이 보기에는 거절이유가 없어서 특허결정을 해도 될 것 같은 경우, 바로 특허결정을 하지 않고 누구나 특허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찾아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종의 동료 심사, 공중 심사다.

하지만 한미 FTA는 이의신청 제도를 금지하고 있다. 등록 전 이의신청 제도(pre-grant opposition)를 두면 특허 등록이 늦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논리는 우리나라 특허청이 일찍부터 수용하여 1997. 7. 1. 시행 특허법 개정을 통해 특허등록 전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없고, 특허등록 후에만 가능하도록 했다(특허청은 1998년 시행 법에서 이렇게 개정되었다고 국회에 답변).

[1999년 특허법]
제69조 (특허이의신청) ① 특허의 등록공고가 있는 때에는 누구든지 등록공고일부터 3월이내에 특허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한다는 것을 이유로 특허청장에게 특허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1997년 이전 특허법]
제70조 (특허이의신청)출원공고가 있는 때에는 누구든지 특허출원공고일부터 2월이내에 특허청장에게 특허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그 특허출원된 발명이 제42조제5항 또는 제45조에 규정된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것을 이유로 하는 특허이의신청은 할 수 없다.
②특허이의신청을 하고자 할 때에는 그 이유를 기재한 특허이의신청서와 필요한 증거를 첨부하여 특허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1997년 시행 특허법의 개정이유를 특허심사 기간 단축이라고 설명한다.

1971년부터 1998년까지 제3자가 특허출원 공고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건수와 이것이 받아들여진 성립건수는 아래 표, 그래프와 같다. 모두 9,494건의 이의신청이 있었고, 2,295건의 이의신청이 성립했다(한 해 평균 339건 이의신청에 82건 성립)[2]

구 분1971197219731974197519761977197819791980
이의신청 건수228218211248323361221327443350
이의성립 건수38144124506885356066122
구 분1981198219831984198519861987198819891990
이의신청 건수310364302472530620450384314359
이의성립 건수11312563971401211011115296
구 분19911992199319941995199619971998    
이의신청 건수199236221223344426421389    
이의성립 건수5857557873667324    


등록 전 이의신청을 등록 후 이의신청으로 바꾼 후에도 신청 건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2,834건의 이의신청에 대해 651건이 성립해 한해 평균 314건 신청, 72.3건 성립 건수를 기록했다.

구 분199920002001200220032004200520062007
이의신청 건수453377265301274244329378213
이의성립 건수1856586984948083109


그러다가 2007년 시행 특허법 개정(2006. 3. 3. 개정)에서는 이의신청 제도 자체를 없애고 무효심판으로 통합했다. 다만, 등록공고일로부터 3개월 동안은 이해관계인이 아니라 누구나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이의신청 제도의 요소는 남겨 두었다.

[2007년 특허법]
제70조 삭제  <2006. 3. 3.>
제133조 (특허의 무효심판) ①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은 특허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특허청구범위의 청구항이 2 이상인 때에는 청구항마다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특허권의 설정등록이 있는 날부터 등록공고일 후 3월 이내에 누구든지 다음 각 호(제2호를 제외한다)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2006. 3. 3.>
부칙 <법률 제7871호, 2006. 3. 3.>
제7조(특허이의신청의 폐지에 따른 경과조치) 2007년 7월 1일 전에 특허권의 설정등록이 된 것에 대한 특허이의신청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

그런데, 이의신청 제도가 무효심판 제도로 통합된 이후 이의신청은 거의 없어졌다. 무효심판 추이를 보더라도 2007년 이후 무효심판이 늘어나지 않았다. 매년 3~4백건에 달하던 이의신청이 무효심판으로 흡수되지 않은 것이다.

구분‘03’04‘05‘06‘07‘08‘09‘10‘11‘12’13’14’15’16.8
무효심판2883614455156167036306517226645736872,194627
* ’15년 특허 무효심판 청구건수는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인한 의약품 허가-특허연계 제도 도입에 따라 급증(의약품 허가-특허연계 제도 관련 심판사건 제외시 546건)
허가-특허 연계 제도에 따른 특허 심판 현황은 여기 참조.

그러다가 2016년이 되면 등록 후 3개월 동안은 누구나 청구할 수 있는 무효심판은 없애고 대신 특허취소신청 제도를 만든다. 이 제도는 2017년 3월 1일 시행 특허법에 들어가 있는데, 특허권이 등록된 다음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이의신청 제도와는 다르고 특수한 형태의 무효심판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시행 특허법]
제6장의2 특허취소신청
 <신설 2016. 2. 29.>
 제132조의2(특허취소신청) ① 누구든지 특허권의 설정등록일부터 등록공고일 후 6개월이 되는 날까지 그 특허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특허심판원장에게 특허취소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청구범위의 청구항이 둘 이상인 경우에는 청구항마다 특허취소신청을 할 수 있다.
1. 제29조(같은 조 제1항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와 같은 호에 해당하는 발명에 의하여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에 위반된 경우
2. 제36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위반된 경우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특허공보에 게재된 제87조제3항제7호에 따른 선행기술에 기초한 이유로는 특허취소신청을 할 수 없다.
[본조신설 2016. 2. 29.]

특허취소신청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앞에서 본 것처럼 이의신청 제도를 없애고 무효심판 제도로 통합했더니 활용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따라하기?

우리 특허법은 일본의 법률을 모방한 형태로 출발했고, 지금도 대부분의 조항이 일본법에서 비롯된 형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인지 우리 특허청은 일본의 법 개정을 따라하기를 수십년 동안 반복해 왔고, 특허 이의신청 제도도 일본을 따라 변모해 온 흔적이 보인다. 차이점은 일본은 결국 등록 후 이의신청 제도를 복원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제도 변천은 일본특허청 심판부에서 발행하는 ‘특허이의신청제도 실무지침서’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번역한 것을 참조했다.

“2013년 2월에 「강하고 안정된 권리의 조기 설정 및 이용자의 편리성 향상을 위해(強く安定した権利の早期設定及び ユーザーの利便性向上に向けて)」보고서가 정리되어, 구 제도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새로운 제도에 의의를 부여하기 위한 연구를 한 후에 특허 권리화 후의 일정 기간에 특허부여의 재검토를 하는 기회를 주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3] 일본은 2015년4월 이의신청 제도를 다시 도입하였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일본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이의신청이 크게 늘었지만, 2000년대 이전 수준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태도를 바꾼 미국, 연전히 등록 전 이의신청 반대하는 대한민국 특허청

특허 이의신청을 특허권이 등록되기 전에는 하지 못하도록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강제하는 것이 그 동안의 미국의 태도였다. 한미 FTA 제18.8조 제4항에 이러한 미국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아래 표에서 밑줄 친 부분).

4. 각 당사국은 특허 허여의 거절을 정당화하였을 근거에 의하여만 특허가 취소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또한 당사국은 사기, 허위진술 또는 불공정 행위가 특허를 취소하거나 특허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할 수 있다. 당사국이 특허 허여에 대하여 제3자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규정하는 경우, 그 당사국은 특허의 허여 이전에는 그러한 절차가 이용가능하지 아니하도록 한다.

4. Each Party shall provide that a patent may be revoked only on grounds that would have justified a refusal to grant the patent. A Party may also provide that fraud, misrepresentation, or inequitable conduct may be the basis for revoking a patent or holding a patent unenforceable. Where a Party provides proceedings that permit a third party to oppose the grant of a patent, the Party shall not make such proceedings available before the grant of the patent.

그런데 TPP 협상 도중 미국은 이런 입장을 철회했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2013년 11월 27일 보도자료 (Stakeholder input sharpens, focuses U.S. work on pharmaceutical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n the Trans-Pacific Partnership)에서 특허등록 전 이의신청 제도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Reflecting input from stakeholders, the U.S. now supports patent pre-grant opposition procedures. These procedures, available in some countries, allow third parties to formally object to a patent at the initial application phase. Based on stakeholder input and ongoing discussions with TPP countries, we believe that other elements in TPP will meet the larger goals of ensuring that patents are of high quality and provid

e appropriate incentives for innovation, while ensuring access to medicines.”


하지만 우리나라 특허청은 여전히 등록 전 이의신청은 반대하는, 예전의 미무역대표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입장을 바꾼 후 한미 FTA 협정문 수정 필요성을 묻는 국회의원에게 이렇게 답한다.

등록전 이의 신청 금지 관련 규정은 한-미 FTA 협정과 관계없이 이전부터 존재했던 규정이며, 미국측과 수정 논의의 필요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함

  1. 저작권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권리가 발생하는데, 이를 무방식주의라고 한다. 특허는 심사를 거쳐야 권리가 생기고 저작권은 그렇지 않은 것은 어떤 논리필연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서유럽에서 저작권과 특허 제도가 전개되어 온 과정 때문이고, 이는 논리적 이유 때문은 아니다.
  2. 출처: 특허청이 2016년 9월 조배숙 의원실에 보낸 답변

  3. 일본특허청 심판부(한국지식재산연구원 옮김) ‘특허이의신청제도 실무지침서’를 한국지식재산연구원, 13~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