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란자핀 특허 분쟁 사건,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

1999년에 출시되어 정신분열증 치료제 중 건강보험 약값이 가장 비쌌던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자이프렉사’(성분명: 올란자핀)는 전 세계에서 특허 분쟁을 촉발했다. 북미와 유럽 전역에서 올란자핀 특허를 둘러싼 분쟁이 벌어졌다. 특허에 관한 최초의 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 제도)도 바로 올란자핀 특허 때문이었다. 독일 연방특허법원캐나다 대법원은 올란자핀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했고, 우리 특허법원도 같은 결론을 냈다. 특허법원 판결이 나자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이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했다. 그런데 특허가 무효라던 특허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면서 문제가 생겼다. 특허권자인 일라이 릴리와 자이프렉사를 국내에 수입, 판매하는 한국릴리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특허권자 일라이 릴리는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이 제네릭을 판매해 얻은 수익을 손해배상금으로 모두 받아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릴리가 나서서 약가 인하로 입은 손해까지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미약품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한국릴리의 주장을 기각했으나 (2015나2040348 판결), 명인제약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특허법원은 약가 인하로 한국릴리가 입은 손해를 명인제약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2017나2332 판결). 서로 다른 결론을 낸 이 두 사건은 모두 대법원에 가 있다.

지식연구소 공방과 커먼즈 재단은 특허법원 판결이 약가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국내 보건의료 단체·해외 전문가들과 함께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만약 대법원이 특허법원 판결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리면, 앞으로 특허권이 만료되기 전에 제네릭을 조기 출시하려는 어떠한 약가 정책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대법원에 제시한 의견은 크게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공익을 고려한 특허권의 제한

특허권은 원래 존재하던 권리를 국가가 확인해 준 것이 아니라, 특허청의 행정처 분을 통해 발생한 제도적 권리이다. 이처럼 산업정책의 목적으로 창설된 권리인 특허권은 공공정책과 공익을 고려하여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재권 협정(트립스 협정)도 건강권과 의약품 접근권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지재권 협정을 해석·이행하도록 하고 있다(2001년 도하 각료 선언문).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이면서 트립스 협정 준수 의무가 있는 우리나라 역시 건강권과 의약품 접근권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특허법을 해석·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특허법원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이 역할을 포기하고 특허권자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편향적인 판결을 내렸다. 특허법원은 특허권의 제한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인 이익형량부터 잘못하여, 특허권 존속기간이 만료하기 전에는 제네릭 조기 출시를 꾀하는 공공정책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공익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였다.

또한 특허법원은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 뿐만 아니라 약가 제도 하에서 한국릴리에게 발생한 ‘불행’ 그 이상을 제네릭 제약사에게 전가하여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우리 민법의 손해배상법리에도 어긋나는 판결을 내렸다. 특허청의 2009년 연구용역 결과(제약분야 에버그리닝 특허전략과 분쟁사례 연구)에 따르면, 올란자핀 특허를 무효 판결했던 당시 의약품 특허의 평균 무효율은 77.1%였다. 그렇다면, 올란자핀 특허를 무효라고 판단한 법원 판결을 신뢰한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공익에 더 부합하는데, 특허법원은 이러한 공익을 무시했다. 특허권은 특허청 심사관 한 명의 판단만 거치면 등록될 수 있는데, 합의부 재판부에서 등록된 특허권이 무효라고 보았다면 누구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 것이 상식인지는 명백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특허법원에서 특허법원의 판단을 신뢰한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특허법원 스스로 사법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중복·과잉 배상

올란자핀 발명의 특허권자인 일라이 릴리는 이미 명인제약과 한미약품으로부터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모두 배상받았다. 그것도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때 요구되는 입증책임을 특허법의 특칙 규정에 따라 모두 경감받는 혜택을 누리면서 배상을 받았다. 손해액 역시 제네릭 제약사가 제네릭을 판매하여 얻은 이익액으로 산정받았다. 따라서 특허권자는 이 손해에 더하여 또 다시 일실이익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런데 일라이 릴리는 법적 지위도 의심스러운 한국릴리를 내세워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의 법률상 이익이 제네릭 출시 후 약가 인하 때문에 침해되었다고 주장했고, 특허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는 명백한 중복 배상이다. 특허권자도 받을 수 없는 배상을 한국릴리에게 인정한 셈이다. 그리고 특허법원은 한국릴리의 손해액을 계산할 때, 약가 인하로 한국릴리가 입은 이익 감소가 아니라 매출 감소를 기준으로 삼았다(제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익 감소를 기준으로 계산). 명백한 과잉 배상이다.


캐나다 법원의 판단: 특허권을 행사하여 제네릭 조기 출시를 방해한 일라이 릴리에게 7천만 캐나다 달러(627억원) 배상 책임 인정

올란자핀 발명은 캐나다에서도 특허 등록되었지만, 캐나다 대법원에서 최종 무효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특허가 무효되기 전에 일라이 릴리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에 따른 특허권을 행사하여 테바(Teva, 소송 당시에는 명칭이 Novopharm)의 제네릭 제품이 시판되지 못하도록 막았다.

캐나다의 허가-특허 연계 제도에 따르면, 제네릭 제약사가 특허 비침해 또는 특허효를 주장하면서 특허권 존속기간 만료 전 판매를 조건으로 제네릭 시판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제네릭의 시판을 막기 위해서는 특허권자는 45일 이내에 법원에 시판 금지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이 소송이 제기되면 캐나다 보건 당국은 시판 금지 청구가 취하, 중지 또는 기각되지 않는한, 24개월간 제네릭의 시판을 허가할 수 없다. 일라이 릴리는 테바를 상대로 제네릭 시판 금지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기각 당했고 테바는 제네릭을 출시하였다. 그러자 릴리는 테바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고, 테바는 릴리를 상대로 특허 무효 확인 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가 최종 무효로 판명나면서 법원은 릴리에게 테바의 제네릭의 출시를 막은 책임을 물어 약 7천만 캐나다 달러(627억원)을 테바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배상은 캐나다의 ‘특허 의약품 적합통지서 규정’(Patented Medicines (Notice of Compliance) Regulations) 제8조 제5항에 따른 것으로, 캐나다 연방법원은 테바의 제네릭 출시가 지연된 기간(2006. 3. 3.~2007. 6. 5.) 동안 테바의 매출 손실(오리지널 약가의 70%로 등재된 경우를 상정하고 제네릭 시장은 테바만 공급한다는 전제)에 각종 비용을 제외한 금액으로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이처럼 특허권자 특허권을 행사하여 제네릭의 출시를 지연시킨 경우 나중에 특허가 무효로 되면 특허권자가 책임을 지는 제도는 우리나라에는 두고 있지 않다(심지어 대법원은 특허가 무효로 되더라도 미지급 로열티를 특허권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여 특허권자를 일방적으로 과보호하고 있다(2019. 4. 25. 선고 2018다287362 판결)). 이에 비해 고등법원의 특허 무효 판결을 신뢰하여 제네릭을 출시한 제약사에게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는 물론 약가 인하로 인한 손해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칙에 어긋난다.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는 여기,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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