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구 성과물의 사유화와 공적 관리, 커먼즈(1)

공공연구의 결과를 학술 논문으로 만든 경우 이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학술지에 공개하자는 논의는 매우 활발하지만(가령, ‘학술 생태계, 오픈액세스로 답하다’ 컨퍼런스, KISTI,“국가 R&D 논문의 오픈액세스 법제도 개선 토론회”), 공공연구 성과 그 자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자는 논의는 별로 없다. 개방은 커녕 공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도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배상책임을 우리 대법원이 인정한 이후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경제도발로 나서자, 소재 부품 산업에 대한 공적 자금을 대거 투입할 모양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 우리 정부는 공공연구에 막대한 투입을 하고 있지만, 산출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우선 현행 제도에서 공공연구의 성과물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해외 사례는 어떤지 간단하게 살펴본다.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3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성과를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연구형태와 비중, 연구개발성과의 유형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연구기관 등의 소유로 한다. 연구개발성과는 유형적 성과와 무형적 성과로 나누는데, 유형적 성과는 연구기자재 등을 말하고, 무형적 성과는 지적재산권을 말한다.

과학기술기본법의 하위 법령 중 대통령령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국연사 관리규정’) 제20조 제2항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수행 과정에서 얻어지는 지식재산권, 연구보고서의 판권 등 무형적 성과는 협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개별 무형적 성과를 개발한 연구기관의 단독 소유로 하고, 복수의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개발한 경우 그 무형적 성과는 공동으로 개발한 연구기관의 공동 소유로 한다.

즉, 우리 법령은 공공연구성과를 연구에 참여한 기관이 가져가고 이를 사기업에게 팔 수있다. 이렇게 상업화, 사유화된 연구 성과를 공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는 어떤가? 한마디로 미흡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 사법절차법 제1498조(28 USC (Judiciary and Judicial Procedural Act) §1498)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는 물론 정부와 계약을 체결한 자는 민간의 특허나 디자인권, 저작권, 식물신품종보호권, 반도체배치설계권에 대한 포괄적 사용권을 갖고 지재권자는 정부에게 금지청구는 할 수 없고, 보상금 청구권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 연구성과가 상업화, 사유화되더라도 미국 정부는 언제든지 이를 사용할 수 있다.

(2) 또한 베이돌법(Bayh-Dole Act) – Patent and Trademark Law Amendments Act (“Bayh-Dole Act”), 94 Stat. 3015 (1980); Pub. L. 96-517, December 12, 1980)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개발된 발명은 개발에 참여한 비영리기관이나 소기업(small business firm)이 특허권을 단독으로 취득할 수 있다. 다만, 해당 기관이나 소기업이 미국에 주소나 사업장이 없는 경우, 특허권을 단독 취득하는 것이 정책목적상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민간이 특허권을 취득할 수 없다. 그리고 민간이 특허권을 갖는 경우에도 정부는 강력한 개입권(march-in right)을 보유하고 있어서, 특허발명이 상당한 조건으로 사용되지 않거나 공중의 건강이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한 절차를 통하여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약 800억 유로를 지원하는 ‘Horizon 2020’ 사업의 지재권 관련 조항은 ‘Rules for Participation’, ‘Grant Agreement’ 등에 들어 있는데,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은 자신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지재권과 프로젝트를 통해 창출된 지재권을 프로젝트의 일환이 아닌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후속 개발이나 제품의 시장화에도 사용할 수 있는 사용권(access right)을 주어야 하며, 일반에게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조건으로, 프로젝트 성과물에 대한 지재권을 참여 기관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 성과물의 지재권에 대한 사용허락은 무상이거나 공정·합리적인 조건이어야 하고, 프로젝트 성과물에 대한 지재권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계약 체결 전에 보유하고 있던 지재권에 대해서도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