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기본법의 문제점

1980년대 이후 지재권의 일방적 강화가 대내외적으로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식과 문화를 사유화하는 지재권 정책이 자리를 잡았고, FTA를 통해 지재권 보호가 일방적으로 강화되는 대외 충격과 결합하여 지재권 최대주의, 지재권 만능주의가 우리 사회 전체에 내면화되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이를 제도적으로 고착화하는 법률이 2011년에 제정된 ‘지식재산기본법’이다.

지식재산기본법은 일본법을 표절한 법이다. 전 세계에서 지재권에 관한 기본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뿐이다. 일본은 2002년 당시 고이즈미 내각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지재권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운다는 지재입국(知財立國)을 선언하고 지적재산기본법을 만들었는데, 이를 본 우리나라 특허청과 변리사들은 조직 이기주의, 직역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일본법을 국내에 수입하였던 것이다.

지식재산기본법은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두어 문화와 지식의 상업화를 부추기고, 지재권을 경제 논리와 산업 논리로만 접근하여 지식을 사유화하는 것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책무로 만들어 버렸다.

지식재산기본법은 겉으로는 “국가의 경제·사회 및 문화 등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지재권자와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이익 강화를 주된 목표로 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연구기관은 물론 민간 사업자까지 지식재산의 창출, 보호, 활용 촉진과 그 기반 조성을 위한 협력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4조 제4항).

지식재산기본법의 골격이 이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지재권 담당부처(주로 특허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재권 제도의 공적 기능을 노골적으로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국가의 문화정책, 과학기술정책, 산업 정책이 왜곡되고(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4차 산업혁명 정책에서도 지재권 강화를 통한 연구성과의 사유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지식과 문화의 공유보다는 편협한 시장중심적 사유화 이념을 가르치고, 공공정책을 담당해야 할 행정부처들이 자기 조직의 이익을 위해 지재권 강화 정책을 악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특허청은 대학교의 지재권 관련 학과에 경비 지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도 초중고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해 오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한 학생들은 저작물의 무단 공유를 뿔달린 악마처럼 묘사하는 등 과거 반공교육을 연상시킬 정도이고, 2017년 9월 15일부터 시행된 ‘발명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특허청 주도로 발명교육의 목표와 내용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제4조), 특허청장은 교육부장관에게 발명교육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반영되도록 요청할 수 있다(제7조 제2항).

지재권 제도는 어느 사회에서나 필요한 보편타당한 제도가 아니라 경제적 보상이 없으면 문화와 지식이 생산되지 않는 일종의 시장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보완적 제도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지재권 정책은 시장실패를 보편적 법칙처럼 만들어 지식과 문화의 공유를 죄악시하고 있다. 이는 지식 커먼즈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과 같으며, 국제인권법에서 인정하는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와 ‘과학의 발전과 그 혜택을 공유할 권리’를 보장할 국가의 인권 의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지재권 제도를 지식과 문화의 사유화·상업화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이란 틀로 재구성하는 인권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