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협상 평가(1)

평가(1): 국회 비준 절차

한미 FTA 개정협정이 2019년 1월 1일 발효되었으나, 절차적 문제도 있고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 몇 회에 걸쳐 문제점을 살펴본다. 

1. 서명본은 어디에?

그동안 정부는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서명본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외교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서명본은 서명할 때 압날하기때문에 훼손될 수 있어서 별도 사본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서명본을 국회에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공식 답변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미무역대표부(USTR)는 홈 페이지에 서명본을 올려놓았다. 그것도 우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개정협상 결과 문서까지.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한국 정부가 조약 업무를 얼마나 엉망으로 처리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 개정협상 결과문서 8개중 2개에 대해서만 비준동의안 제출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 9. 3. 공개한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문서는 개정 의정서 2, 공동위원회 해석, 합의의사록 및 서한교환 등 총 8건의 문서로 구성되어 있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의정서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
2011210일 서한교환을 개정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의정서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
2007630일 서한교환에 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의 해석
자동차 안전 기준 및 환경기준 관련 합의의사록
원산지 검증 관련 서한 교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 관련 서한교환
섬유 원산지 기준 개정 관련 서한교환
향후절차 등 관련 서한교환

개정협상 결과문서 8개 중 2개에 대해서만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이유에 대해 외교부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개 의정서에 대해서만 국내절차 요청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산통부는 법제처에서 2개 의정서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라는 검토의견을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통부는 나머지 6개에 대해서는 법제처에 검토 요청을 하지 않고 자체 판단만으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 아니라고 보고 법제처에 검토 요청도 하지 않았다(개정협상의 향후 절차와 관련하여 미국과 교환한 서한에도 의정서에 대한 국내절차만 언급하고 있다). 이 6개의 결과문서가 국회 비준이 필요없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기존 협정의 이행에 관한 것이며, 글로벌 혁신신약에 대해서는 심평원의 내부 절차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법제처의 검토의견을 그대로 따를 경우 다른 결과 문서 중 일부도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이므로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


<법제처가 산통부에 제시한 검토의견 중>

(1) FTA 개정 의정서의 경우 협정 제11장의 일부를 개정하는 것으로 이는 국내법적 효력을 지닌 기존 협정의 중요 부분을 변경·수정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으로 보았고

(2) 2011년 서한 개정 의정서에 대한 법제처 검토의견

우리나라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것으로 보는 대상을 미국산 25,000대에서 50,000대로 확대한 것은 관련 국내법인 자동차관리법29조는 자동차는 자동차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면 운행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고, 같은 법 제30조는 자동차를 제작ㆍ조립 또는 수입하려는 자자동차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스스로 인증(자동차자기인증)”하도록 하고 있어, 이 의정서안은 자동차관리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음.”

자동차부품 안전 기준에 대해서도 법제처는 자동차관리법30조의2는 자동차부품제작자 등은 그 자동차 부품이 부품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스스로 인증(부품자기인증)”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 의정서안에 따르면 미합중국산 자동차의 수리를 위한 자동차 교체부품은 일정한 경우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부품자기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므로 자동차관리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음.”

따라서, 이 개정 의정서안은 국내 법률에 대한 특례를 정하는 것으로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됨.”

 
개정협상 결과 문서 8개 중 공동위원회 해석(2007630일 서한교환에 대한 해석)은 서한의 특정 문구의 해석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휘발유를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에 대한 관련 시험 절차 및 방식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제처의 검토의견처럼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다.

3. 서한교환(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의 국내법 위반 문제

이 문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과 주한미국대사관 차석대사 간 서한 교환 형식으로 되어 있다. FTA 문서 중 통상관료가 아닌 자가 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한미 FTA에서는 아마 유일할 것이다). 이례적이긴 하지만 심평원장이 이러한 서한을 미국 대사관에 써 줄 수도 있다. 심평원이 어떤 정책을 펴면서 이해당사자에게 정책을 어떻게 펴겠다고 서한으로 답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목적으로 서한을 썼다면 그것은 심평원을 대표할 뿐이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대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서한이 심평원의 대표가 아니라 정부의 대표 자격으로 작성되었고, 그래서 정부대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서한의 내용을 보자.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 관련 서한교환 중 일부>

대한민국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20181231일보다 늦지 아니하게 개정을 이행할 목적으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제도)의 개정초안을 입안하고 20181031일까지 공표할 것을 확인한다. 대한민국은 나아가 그 개정이 그 제도를 협정에 따른 양 당사국의 약속에 충분히 합치하도록 만들 것임을 확인한다. HIRA는 또한 그 개정안 작성 및 검토 절차에서 의미 있는 협의 및 투명성을 제공할 것이다.


주어가 심평원인 문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이 미국에게 무엇을 확인해 주는, 국가를 대표하여 작성한 서한이다. 여기에 심평원장이 서명한 것이다. 정부대표법에 따르면, 심평원자이 이런 행위를 하려면 대통령 또는 외교부장관이 서명한 전권위임장이나 신임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심평원자은 이것도 없이 서명을 했다.

정부대표 및 특별사절의 임명과 권한에 관한 법률(정부대표법)
 
1(목적) 이 법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정부를 대표하여 외국정부 또는 국제기구와 교섭하거나 국제회의에 참석하거나 조약에 서명 또는 가서명(假署名)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하 정부대표라 한다)과 외국에서 거행되는 주요 의식에 참석하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정부의 입장과 인식을 외국정부 또는 국제기구에 전하거나 외국정부 또는 국제기구와 교섭하거나 국제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사람(이하 특별사절이라 한다)의 임명과 권한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2(정부를 대표할 수 있는 경우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정부를 대표하여 1에 규정된 행위를 할 수 없다.
5(정부대표 등의 임명
정부대표는 3  4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교부장관이 임명한다. 다만, 외국정부 또는 국제기구와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교섭을 하거나 중요한 국제회의에 참석하거나 중요 조약에 서명 또는 가서명을 하는 정부대표의 경우에는 외교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개정 2013. 3. 23.>
특별사절은 외교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개정 2013. 3. 23.>
1항 본문에 따라 임명되는 정부대표에게 발급하는 전권(全權) 위임장 또는 신임장에는 외교부장관이 서명하며, 1항 단서 또는 제2항에 따라 임명되는 정부대표나 특별사절에게 발급하는 전권 위임장 또는 신임장에는 대통령이 서명하고 국무총리 및 외교부장관이 부서(副署)하되, 이 경우에도 국제관례에 따라 외교부장관이 서명할 수 있다.
11(통상조약 체결을 위한 교섭 시의 정부대표 임명 등에 관한 특례
 5 1에도 불구하고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2 1에 따른 통상조약의 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교섭을 위하여 정부대표를 임명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방법에 따른다.
1. 5 1 본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요청에 따라 외교부장관이 임명한다.
2. 5 1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1항제2호에 따라 임명되는 정부대표에게 발급하는 전권 위임장 또는 신임장에는 5 3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서명하고 국무총리 및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부서한다. 이 경우 국제관례에 따라 외교부장관이 서명할 수 있다.
 6 전단에도 불구하고 제1항에 따라 임명되는 정부대표가 진행하는 통상교섭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지휘·감독한다. 이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미리 외교부장관에게 지휘·감독의 내용을 통보하여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통상조약의 문안에 합의하거나 가서명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외교부장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 다음 회에서는 미국은 왜 개정협상을 의회 비준을 받지 않았는지, 그로 인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